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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7-13 12: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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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유령

'제2의 마오쩌뚱(毛澤東)' 지금은 몰락했지만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잠시나마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모택동 이미지'였다. 정치인들의 견제를 받으면서 한쪽에선 ‘위험인물’로 지탄받는 보시라이가 왜 한때 ‘영웅’이 되었을까? 이는 수십년간 계속된 휘황한 두자릿수 성장의 결실에서 소외된 이들,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부패와 빈부격차에 분노하는 이들, 특권층에 밀려 기회를 박탈당하고 절망하는 이들이 보시라이가 내건 정책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지도부는 ‘조화사회’ 이념을 내걸고 공정한 성장을 약속했지만, 오랫동안 변화는 오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이 권력, 부, 권리, 기회가 소수에만 집중되는 현실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보시라이는 이 틈새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며 대대적으로 ‘범죄와의 전쟁’과 혁명가요 부르기 캠페인을 벌였고, ‘평등했던 마오의 시절’이 다시 오게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선전했다. 그런데 중국이 한풀 꺾인 ‘마오의 유령’과 씨름하고 있다면, 한국은 ‘박정희의 유령’과 다시 만나고 있다.

"적을 잡으려면 먼저 왕을 잡아라" 두보의 '전출새'시에 나온는 말이다. 박정희 때리기 그 중심에는 바로 박근혜가 있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고 있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죽이려고 박정희 또 죽이나'는 말이 나돌까? 이런 현상을 정근식 서울대 교수는 "박정희 유령은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이라는 삼각 구도하에서 현재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이 삼각구도에서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서 박정희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도 있다.

그래서일까? 박정희 시대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정치인들은 틈만나면 박정희 유령을 쫓는다. 갈피를 잡기 어려우면 유령에게라도 기대고 싶어지는 것일까? 역설이지만 보시라이가 죽은 마오의 유령을 쫓아가듯 말이다. 사실 그 시절 치열했다는 민주화 투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무용담을 듣노라면, 마치 모든 사람들이 억압받고, 민중으로 하나 되어 독재에 맞섰던 것처럼 느껴진다. 과대망상과 피해의식, 어쩌면 자신감과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불안과 열등감의 심리일지도 모른다.

열등감은 교만의 내적표시이며 교만은 열등감의 외적표시라고 했다. 지난날 YS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독재자 '놈'자 붙여가며 독설하는 것에도 잘 나타난다. 사실 YS정부이래 지난 20년 동안은 YS와 DJ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실세들 대부분이 YS와 DJ맨이었기 때문이다. 교만일까? 열등감일까? 정치변곡점때마다 그들은 틈나는대로 박정희 시대를 지역감정 조장, 군사독재, 민주주의 후퇴 등을 거론하며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20년 동안 무엇을 남겼을까?

반면교사는 다름이 아니다. 정치의 선이 통합정신이라면 정치의 악은 분열조장이다. 분열 조장은 전형적인 공산주의 수법이다. 예컨대 마오 처럼 국민당과 연합하여 일본을 타도하고, 국민당을 다시 좌와 우로 갈라 좌파와 연합해서 다시 우파(국민당)를 타도했던 과거의 역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박정희는 전후 패배주의 젖어 있던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반공을 국시로 하는 통합의 정신혁명을 성공시켰다. “박정희가 있었기에 한국은 공산권의 마지노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 ▼=지난 2월 21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개관한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식에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사들의 평가도 이구동성으로 박정희 칭찬일색이다. 예컨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동시에 이루워 지기란 사실상 어렵다. 러시아가 이 두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다 알고 있지 않는가. 당시 박정희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수 있다”(미국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민주화란 것은 산업화가 끝나야 가능한 것입니다. 자유라는 것은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제한되어야 합니다. 이를 가지고 독재라고 매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제3의 물결 저자 엘빈 토플러)

다음은 박근혜가 타임스퀘어에서 제18대 대통령 도전 출정식 하는 날 민주통합당에서 일제히 쏟아낸 박정희 유령 초혼곡들 일부이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5ㆍ16 군사쿠데타와 유신으로 국가를 사유화하고 종신집권을 추구했던 것이 연상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국가권력을 동원해 이뤄진 인권과 재산권 침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전 대통령의 독재에 대해서도 정치인으로서 객관적인 입장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아버지 그늘에 갇혀 있던 시각으로 세상을 보니 주변 사람들도 그 시각을 공유한다"

같은 날 김두관도 “박근혜는 독재자 딸 아닌 독재자”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 그가 지적한 독재자(?)는 그 시각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 모두가 꿈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의 마음 속에 꿈을 심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행복이 곧 저의 행복입니다.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꿈과 희망 그리고 조국 대한민국, 마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

<프런티어타임스 오동추야 기고논객 (www.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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