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08-12-26 07:06:10
기사수정
도대체 언제까지 직권상정 자제를 논해야 하는가.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8월 중순, 제18대국회 원구성이 원만히 합의가 되지 못하자 직권상정으로라도 첫 등원 국회를 하겠다며 여야를 압박하여 8월 19일에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행히 김 의장은 그의 정치적 이력에 걸맞게 지혜를 발휘하여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등원 국회"라는 치욕의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당시 “김형오의장, 그래도 직권상정은 안된다”며 월드뉴스(http://www.worldnews.or.kr/news/service/article/mess_02.asp?P_Index=431&flag=)에 글을 올렸고, 다행히 합의가 되었지만 그것으로 우리 정치사에서 직권상정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만은 그런 단어가 다시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은 가지고 있었다.

어느 때인가부터 나의 12월은 불안했다.

크든 작든 거의 매번 ‘날치기’ 없이 한해를 넘기지 않은 예를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제․개정 법률에 특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 행정법학자로서 그 정치 후진성(後進性)과 입법 부진성(不振性)의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를 종종 경험한다.

법학 영역에서도 최근 들어 선진 외국과 대단히 활발한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FTA협정을 놓고 국회 통외통위에서 벌어진 사건은 순수한 학문적 국제교류에서조차 낯을 들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큰 소란 없이 맞는 새해는 우리들에게 더욱 큰 안도감을 선사한다. 새해 일출을 바라보는 마음도 날아갈듯 가볍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12월은 거의 항상 우울했다.

오랜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외국 언론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군부독재와 민주화투쟁, 거리에 난무하는 불타는 화염병, 경찰의 데모대 진압,… 등이었다. 이 기억은 지금도 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제 민간인 정부가 들어서 그나마 좀 나아지나 했더니 국회가 보여주는 날치기와 폭력이 난무하는 모습은 이제 기억하기조차 싫다. 뉴스도 싫다. 신문도 싫다. 그에 대해 얘기하는 것 조차도 싫다. 날치기와 폭력에 의한 법률의 위헌성을 검토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난다.

해외 뉴스에까지 등장하는 우리 국회의 모습을 아직도 민주화 과정을 거쳐가는 치기(稚氣)어린 과정으로만 봐 줘야 하는가. 더 이상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학자들도 이제 국제무대에서 어깨 펴고 입법을 논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없는가.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거치지 못한 법률이 내용적으로 많은 위헌성을 안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국회는 “위헌법률 생산공장”인가?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여당은 무조건 밀어 붙이려고만 하지 말고 야당과 국민들이 왜 반대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반대하는 것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다. 그것을 무조건 좌파적 주장으로만 몰아가서도 안된다.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집단으로 매도해서도 안된다.

다시 한번 김형오 국회의장의 지혜로운 조정능력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또 직권상정이 진행중이다. 직권상정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다른 말로는 날치기다. 여론수렴을 거쳐 상정해도 늦지 않다. 절대 다수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여론의 역풍을 맞을지도 모를 날치기는 거대여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부디 여유를 갖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137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신봉기 취재기자 신봉기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