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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4-01 08: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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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한 건 1752년이었다. 그러나 그 피뢰침이 건물의 옥상, 특히 교회의 첨탑위에 설치되기까지는 100년이 걸렸다. 자연재앙을 신의 처사로 여기던 시대에 피뢰침 따위를 가지고 신의 처분에 대항하는 게 신성모독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뾰족한 피뢰침은 십자가와 비교되어 마치 신의 상징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첨단과학이 발달된 21세기에도 거대한 자연재앙을 신이 만든다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쑥밭이 된 뉴올리온스의 경우 “서던 데커던스”(Southern Decadence) 문화 축제가 재앙을 불렀다는 것이다. 연이은 태풍에 이번에는 파키스탄과 후쿠시마 지진이 찾아왔다. 쓰나미의 악몽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시 닥친 재앙 앞에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진다.

뿐만 아니다. 조류독감 공포가 전 지구를 덮고 있다. H5N1이라는 바이러스로 전념되는 조류독감이 2003년 처음 동남아에서 발생해 63명이 죽었을 때만 해도 세계는 대체로 무관심했다. 그러나 지난주 미 과학자들이 동남아의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1918년 스페인을 휩쓴 조류독감과 유사한 유전특성을 가졌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당시 5,000만 명이 죽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사망자가 4개국에만 국한된 것은 이 질병이 인간에게는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것이 인간 독감 변종으로 진화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념될 경우 수백만 혹은 수천만 명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인간 조류독감으로 변형되면 아시아만 발병지가 된다는 법은 없다.

한국에서도 2003년과 2004년 조류독감이 발병해 가금류 53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우리 보건당국은 한국에서 인간 조류독감이 발병할 경우 최소한 1,000만 명이 감염되고 3만 명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를 최소한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70만 명 분 밖에 준비되지 않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 150만 명의 절반밖에 안 된다. 미 의회는 조류독감 예방예산으로 40억 달러를 추가했다.

-종북좌파도 또 다른 재앙

자연재해에 대한 한국의 인식은 “설마” 수준이다. 조류독감은 고사하고 중국산 김치를 먹어도 되느냐 안 되느냐를 놓고도 정부의 말이 매일 달라진다. 양식 어류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은 2,3000명이 늘고 장관 자리와 각종 대통령 직속 특별 위원회는 전 정부보다 거의 두 배가 증가해도 국가 경쟁력은 209개국 가운데서 10 등급 하락한 60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커지는데 국민에 대한 서비스는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연재앙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재앙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모든 나라가 조류독감 경보를 내리고 전면전을 선포하다시피 하는데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테러와의 전쟁을 잠시 접고 자연재앙과의 전쟁에 국방비를 투입하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는 가공할 자연의 재앙 외에도 우리만의 또 다른 재앙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가 북한 재앙이고 두 번째가 종북 좌파들이 만드는 재앙이다. 한국은 북한을 좋은 나라로 변화시키기 위해 지난 수년간 35억 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북한이 변한 건 거의 없다.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등장했으나 남쪽을 향한 화해 조짐은 없다. 서해에서 실시한 우리의 포 사격훈련을 앞두고 포탄세례를 위협한 게 전부이다. 미국과 북한이 베이징에서 모처럼 중요한 합의를 했다.

24만 톤의 식량을 주는 대가로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합의는 북한의 광명성 미사일 발사 발표로 수포로 돌아갔다. 서울에서 열린 핵 정상회의는 북한의 핵 개발 중지를 입을 모아 촉구했으나 북한은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북한은 선군(先軍)정책에 매달려 있다. 110만 대군을 더욱 정예화하겠다는 말이다.

그렇게 막강한 군대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남에서는 몇 십조의 통일비용을 얘기하는데 북에서는 선군타령과 김정일 우상화에 여념이 없다. 북의 모든 에너지는 오로지 군으로 수렴된다. 미 관리들은 북한이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해 대남도발을 할 위험을 경고했다. 우리에겐 자연재앙보다 북한 재앙이 더 현실적이다.
<조홍래 뉴스파인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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