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신판 사화(士禍) 같다는 것이다. 한국정치를 조선조 사색당쟁의 연장선상에서 설명하는 사람들은 이미 더러 있었다. 환국(換局, 국면전환)이 있을 때마다 피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비슷해 보인다.
이명박 당이 박근혜 진영을 ‘학살’ 하더니 이젠 세상이 뒤집혀 박근혜당이 이명박 진영을 싹쓸이 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쪽에서도 노무현 당이 호남 터줏대감들을 거세시키는가 하면, 운동권 출신들도 갈라지고 있다.
이들의 골육상쟁은 한국정치의 본론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정치의 본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냐 북한이냐의 싸움이다. 북한은 한국정치, 한국 선거정치에 이미 깊숙이 개입해 있다. 대한민국 여당과 대한민국 야당이 싸우던 시절은 저만큼 멀리 갔다.
오늘의 한국 정치 또는 한국 정쟁(政爭)은 그런 점에서는 허구요 가짜다. 진짜 싸움은 김관진 국방장관이 순시한 연평도 대치현장에 있었다. 그는 거기서 오늘의 한반도 정치싸움과 한국 정치싸움의 본론을 설파했다.
왜적의 침략전쟁이 임박했음에도 사색당쟁에 여념이 없던 조정대신들과는 달리, 충무공만은 진짜 싸움이 무엇인지를 고독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연평도를 순시한 김관진 장관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타성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깔아뭉개고 있는 한반도-한국의 진짜 정치싸움이 무엇인지를 외롭게, 그러나 독야청청하게 증언했다.
NL 운동권이 총선 대선의 한 쪽 진영을 먹어들어 갔고, 언필칭 그에 맞선다는 다른 한 쪽은 진짜싸움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거나 인식 자체가 희미하다. 그렇다면 진짜 정치싸움에서 대한민국 본연의 헌법가치를 대표할 선수들은 과연 누구들이란 말인가? 현실정치는 물론 ‘꿩 대신 닭’으로 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어쩌다가 대한민국의 방어선이 이렇게까지 ‘닭 신세’로 밀렸는지, 참, 참, 참이다.
<류근일 언론인/프런티어타임스(www.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