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증오의 시대’로 돌아가는가?
- 설 명절 온 가족이 다짐할 것은 “선동에 속지 말자”
대통령 노무현이 집권 8개월여 만인 2003년 10월에, 측근비리와 관련해서 재신임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의 일이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름의 조직을 이끌어 노무현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으로 공인된 한 사람이 스스로 대통령의 홍위병임을 당당하게 천명하고 "우리 모두 (노대통령의) 홍위병이 되어 (재신임 때까지) 또박또박 악랄하게 전진하자"고 외쳤다. '네티즌 비상시국 토론회'라는 모임에서였다.
그 때로 부터 9년이 지난 2012년 벽두에, 내용은 다르지만 결의의 열기는 비슷한 외침이 들려왔다.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 출마자들이 토로한 ‘사자후’(獅子吼)는 한결같이 “악랄하게 전진하자‘던 그 노사모 지도인물의 발언을 상기시킬 만큼 살벌했다. ‘깨끗이 갈아엎겠다. 당한 만큼 되돌려주겠다"-일부 신문이 표제로 뽑은 그들의 연설 내용은, 말하자면 사무친 원한(怨恨)의 표출이고 집념어린 복수의 다짐인 셈이다.
경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해석으로는 ‘폐족’(廢族)의 부활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권의 파산으로 권력의 외곽에서 통한(痛恨)의 세월을 절치부심하며 보내야 했던 인물들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극적으로 회생해서 제1야당의 지도부를 점거하게 된 것을 빗댄 해석이다. 그렇다면 지난 수년 동안 원한을 가슴에 품고 복수의 칼을 갈아온 그들이 4∙11총선~12∙19 대선까지 대한민국을 어떻게 몰고 갈 것인가.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새삼스럽지만, 노무현정권의 성격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권은 사실상 기득권 세력에 대한 민중의 반감을 증오심으로 결집시켜 그 힘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한 정권이었다. 집권의 성공도, 5년간의 국정기조도 증오가 버팀목이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기회주의가 득세한 치욕의 역사’라는 부정적 역사인식, ‘그 놈의 헌법 때문에...’라는 헌법 저주도 그 발언의 밑바탕은 사무치는 증오였다. 노무현 정권은 그 증오를 기반으로 기존의, 기성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이를 지탱해 주는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혁의 명분으로 여러 분야에 대못'들을 박아 놓는데 성공했다.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의 몇몇 얼굴은 그 증오의 적자(嫡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말로서는 드러내지 않겠지만, 지난 날 노사모가 그랬던 것처럼 ‘노무현 정신’ 의 계승을 위해 홍위병의 각오와 자세로 총선∙대선 전략을 펼칠 것이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떠나간 민심을 증오로 격앙시켜 표를 모을 것이다. 전쟁에서 적에 대한 증오심의 결집이야말로 승리의 관건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중국 홍위병의 존립 기반도 바로 증오였다.
증오의 전략이 유권자에게 먹혀들어가서 만에 하나 그들이 의석 과반을 넘는 전과(戰果)를 올린다면 그이후의 대한민국 국정은 어떻게 돌아갈까. 우선 이명박 ‘보수정권’이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4대강사업∙ 한∙미 FTA 등을 폐기시키기 위해 온갖 정략을 동원 할 게 뻔하다. 민주통합당 새 최고위원들의 ‘경선공약’이 이를 분명하게 예고한다. 그들은 BBK 규명∙ ‘내곡동 사저 의혹’ 조사 등을 빌미로 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탄핵 소추도 공언한다. 이로 미루어 다수당이 뒤바뀐 상황에서 여야 대립으로 야기될 정국 혼란, 그 과정에서 덮쳐올 나라의 경제 사회적 격랑의 파장은 그것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언론자유로 대표되는 국민의 기본권은 어떤 상황을 맞게 될까. 아마도 두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어느 쪽의 승패와 관계없이, 증오의 적자들이 전파하는 반(反)대한민국 논리에 대한 반론이나 비판은 폭력적 언어로 매도 될 것이다. 아니 각종 사이버 공간에서 이미 날로 확산되고 있는 그런 추세는 그 폭력적 위세를 더욱 가속화 해 갈 것이다. 증오의 도미노다. 그리하여 정론(正論)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우려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증오의 적자들이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도 승리, 집권에 까지 성공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에 거의 치명적으로 훼손됐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김일성 찬양노래를 여러 편 만들었고 국보법 위반으로 4차례나 구속됐던 인물에게 당가(黨歌)를 작사-작곡토록 한 정당이고 보면 무슨 일인들 획책하지 못하겠는가.
지금 북한의 ‘애송이’ 집권자 김정은과 그를 둘러쌓고 있는 권력집단은 남한에서 진보로 위장한 좌파정권이 선거를 통해 재등장하기를 누구보다도 학수고대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총선 대선의 날들을 앞두고 새삼 깨달아야 할 엄중한 사실 하나가 있다. 그것은 선거과정에서 종북세력이 주도하는 선동에 절대로 속지 말아야 나와 내 가족, 나아가 내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때마침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설 명절이 코앞이다.<조규석<논설위원><뉴스파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