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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1-06 0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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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그동안 당을 상징해온 ‘보수’라는 단어를 정강·정책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당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김종인 당 비대위원은 4일 언론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정강·정책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이념에 집착할 필요 없다”, “‘보수’라는 얘기를 하면 젊은층에서는 ‘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나라 보수 정당의 경우 정강·정책에 ‘보수’라고 넣는 나라는 별로 없다”며 정강·정책에서 보수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를 상징하는 수식어인 ‘선진화’라는 표현도 이 대통령과의 정책 차별화를 위해 삭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2006년 개정된 한나라당 정강·정책 전문에는 ‘새로운 한나라당은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해온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발전 주도해온 정체성을 삭제하겠다는 것”

비대위가 ‘보수’ 개념 삭제를 검토하자 당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원조 보수’로 통하는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5일 <뉴스파인더>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정강·정책에서 ‘보수 삭제’를 검토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한나라당은 60년 이상 국가발전을 주도해온 보수의 가치를 당 이념으로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핵심 정체성을 삭제하겠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일갈했다.

김 고문은 “김종인 비대위원은 보수라는 단어를 아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한나라당을 파괴해 민주통합당에 도움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격분하며 “만일 한나라당에서 보수를 빼버린다면 수많은 지지세력들이 이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핵심가치를 버리고 뼛속까지 한나라당을 바꾼다면 이 당은 더 이상 한나라당이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김종인 위원을 비롯해 6인의 비대위원들은 제대로 한나라당을 이해하고 있는가? 당신들의 노선은 반 한나라당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우리 보수가,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은 존재하기 위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 핵심가치인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며 “제대로 보수 역할을 하지 못해서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파’ 또는 ‘자유’ 등으로 대체하겠다면 고려해볼만” 의견도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하지만 정강·정책에 반드시 보수라는 단어를 명시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보수’라는 단어 대신 ‘우파’ 또는 ‘자유’라는 말로 대체하겠다고 하면 고려해 볼만 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그러나 “보수라는 표현을 다른 단어로 대체하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빼겠다고만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 보수 또는 우파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보수 문구 삭제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됐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시대가 바뀌면 보수의 내용도 바뀌는 것인데 정강·정책에 보수라는 단어를 못박아두는 게 과연 시대 발전의 변화를 반영하고 우리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는 점에서 굉장히 과감한 문제제기”라고 평가하며 보수 문구 삭제 주장을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찬반 격론…“국민 의견 수렴 계속할 것” 결론 못내

이날 열린 당 비대위 정책·쇄신분과 2차회의에서도 정강·정책에 보수라는 개념을 삭제할 지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보수 삭제에 반대하는 위원들은 “보수라는 개념을 삭제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체가 불필요한 이념적 갈등과 논쟁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찬성측은 “국민정당을 지향하고 이념을 초월해 전국민을 대변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쇄신분과 소속인 권영진 의원은 이날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회의에서 삭제하자는 의견과 유지하자는 의견이 모두 개진됐다”며 “보수 용어 삭제 문제는 국민적 의견 수렴을 계속 하면서 앞으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스파인더 엄병길 기자 bkeom@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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