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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1-02 14: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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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주먹을 불끈 쥡니다.

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웅건하게 영접하기 위함입니다.

붉게 동터 오른 태양을 영접하면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여명을 뚫고 태양이 솟아오르는 순간,

어둠에 묻힌 검은 파도가 경련을 합니다.

떠오름이 너무나 강렬하여 바닷물조차도 창공으로 치솟았습니다.

새벽의 격랑이 자자들면 한낮의 고요가 나래를 펼칩니다.



시간에 마지막은 없습니다.

지난 2011년이 제 역할을 다하였으니,

벅찬 2012년이 시나브로 온 것입니다.

시간은 인수인계 절차도 없이 당도합니다.



언제라도 새날입니다.

어제보다 다른 마음이라면,

오늘은 새날이 됩니다.

새날이 새벽에 열리는 것은 맑은 마음으로 맞이하라는 명령입니다.



언제라도 새해입니다.

지난 해보다 다른 다짐이라면,

오늘은 새해가 됩니다.

새해아침이 차가운 것은 총명한 다짐을 하라는 명령입니다.



한 해가 지나갔으니,

또 한해가 온 것입니다.

그 단초는 움틀거림입니다.

싹이 나고 잎이 자라고 가지가 굵어집니다.



매서움이 더 할수록,

더 잘 견디는 나무입니다.

잎이 무성할 때의 성화가 내공이 되었습니다.

저 홀로 서 있는 데에도,

흘낏 눈짓 한번 보내주는 길손의 응원덕입니다.



비탈에 심어진 감나무입니다.

가파르게 자란 감나무의 가지 끝자락에,

다닥다닥 붙어서 열매가 열리면 서로가 햇볕을 가릴까 염려가 되어,

적당한 간격을 두고서 열리는 감입니다.

그러니 햇살을 앞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고루 익어가는 감을 볼 때면 평화로운 것은 서로 다투지 않음에 있음을 봅니다.



아름답지 않은 동행이 있겠습니까.

강을 건너고,

개울을 건너고,

비바람을 함께 맞았다면,

그 역경을 다 물리치고서 함께 종점에 닿았다면,

그런 동행은 이미 아름답습니다.



보태는 것,

베푸는 것,

그것이 동행의 전제입니다.

그런 기운의 힘은 엄청난 것입니다.

가공할 혹한조차도 이기는 위력이 됩니다.

동행이란 차가움도 따스함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졸졸 흐르는 개울에,

곁가지에서 흘러들어와 보태는 물 한 줄기입니다.

모일수록 유유히 흐르는 도도한 강이 됩니다.

들을 적셔 풍성한 결실을 만들고 인간을 풍요롭게 합니다.



보태는 것에 조금은 없습니다.

보태는 순간에 어마한 추진력이 생기게 됩니다.

베풀어 주는 것에 미력이란 없습니다.

베풀어 주는 순간에 어마한 동력이 용트림하게 됩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좌절을 했었습니까.

수많은 뜨거운 담금질이 강한 무쇠를 만들듯,

인생의 낙방과 좌절은 견고한 디딤돌을 구축하게 합니다.

아무리 거친 풍파에도 무너지지 않는 거뜬한 철옹성이 됩니다.



가슴이 아리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것이 더 깊은 상처가 되면 될수록,

그 때에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 하여도,

그것은 인생을 포동포동 살찌우는 자양분이 됩니다.

그것은 오늘을 건재하게 하는 발판이 됩니다.



삶이란,

최악의 경우에도 그 끝자락이 있는 것입니다.

절망의 정점에서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

난관의 가장 밑바닥에 곤두박질 한 상태가,

다시 희망이 솟구치기 시작하는 최적의 순간이 됩니다.



지리산의 일출을 볼 수 있음은 적선이라 합니다.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가다 귀퉁이에 앉아 채소를 파는 할머니를 만납니다.

배추 두 포기 상추 한단을 삽니다.

그 덕에 할머니도 다 떨이하고서 귀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라도 좋게 나눕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은 그 말에 행여 닥친 시름을 떨칠 수 있습니다.

지나치는 사람이라도 친절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쌓아 가면 지리산 일출을 단번에 볼 수 있게 됩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가고 떠나오고 잊어버리곤 합니다.

지금 잊혀 져 있다고,

무의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처음에는 파장으로 요동하였을 것입니다.

그 처음에는 설렘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지금도 같은 장소 같은 길을 지나갈 때면 떠올리게 됩니다.

삶에 있어서 큰 의미로 남아있습니다.



그 처음부터 건방을 떠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처음부터 술수를 부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처음에는 누구라도 그 무엇이라도 여렸습니다.



초심은 농익어 꽉 찬 것이 아니고

여리고 순수하여 여백이 많은 것입니다.



초심은 오만한 독선이 아니고

두리번거리고 살피면서 경청하는 것입니다.



초심은 완성되어진 것이 아니라

어설프기는 하여도 선하고도 선한 것입니다.



초심의 본성이 그렇습니다.

그러하니 초심이면 그 어떤 희망도 다 일구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임진년 새해에는

초심으로 대망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빕니다.



2012년 임진년 새해아침


정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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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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