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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2-29 22: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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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공포 코미디’

주민들의 강제된 통곡과 애송이에게 충성서약하는 늙은 간부들의 좀비 같은 표정

-정녕 오늘날 문명세계의 인류는 양심이 마비되어 버렸는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의 급사가 발표된 후 약 1주일 동안 평양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평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김정일 죽음에 대한 주민들의 강제된 통곡, 서른 살도 되지 않은 애송이에게 충성서약을 하고 있는 늙은 간부들의 좀비 같은 표정들을 보고 있으면 ‘북한은 20세기 문명의 빛이 전혀 비춰진 적이 없는 땅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아무리 강한 최면에 걸린 북한주민이라 하더라도 자기들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기아에 허덕이게 만든 독재자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여 통곡할 리 없다. 아무리 북한의 간부들이 영혼 없는 인간들이라 하더라도 단지 김일성의 손자요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업적도 없는 젊은 놈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서약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자기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엉터리 독재자의 죽음을 기뻐하지 못한 채 슬픔을 과시하는 통곡을 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자기들에게 닥쳐올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늙은 간부들이 손자뻘 되는 애송이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자기들에게 닥쳐올 숙청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지금 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린애들 병정놀이 같은 소극의 동력원은 공포이다.

북한 사회 도처에 파고 들어가 있는 감시망에 걸리기만 하면 누구라도 성한 몸으로 남을 수 없다는 공포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마음에도 없는 통곡을 하게 만들고, 북한 정권의 간부들로 하여금 김정은에게 충성을 서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극도의 공포심 때문에 북한의 지배층과 주민들은 연출자의 지휘에 따라 통곡하기도 하고, 충성 서약도 하고,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오로지 공포에 의해서 통치되는 ‘공포의 공화국’이다.

이처럼 감시망과 공포로 인간을 꼭두각시처럼 다루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뭉개버리는 짓이다. 이러한 반인류적 행패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자들에 의해 자행되든 세계 인류가 한 덩어리가 되어 제재해야 마땅한 야만적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의 주요국들은 평양에서 전개된 야만적 소극을 지켜만 보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그 소극을 방해하지 말라고 주변국들에게 경고하기까지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야 사실상 북한 핵무기의 인질이 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조심을 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그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주요국들이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인륜적 만행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세계의 주요국들이 국가전략에 집착한 나머지 인류의 양심을 외면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정녕 오늘날 문명세계의 인류는 양심이 마비되어 버렸는가?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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