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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2-27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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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 여사가 26일 북한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화환을 바치고 고개를 숙여 애도했다.

이 여사는 김정일의 영전에 묵상하고 유리관에 놓인 그의 영구 주위를 돌아본 뒤 아들 김정은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했다.

그리고는 조의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 영면하셨지만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 하루속히 민족통일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 여사는 이날 오전 김정일 조문을 위해 북한으로 떠나면서 “조문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 300만명을 굶겨죽이고, 온갖 테러로 우리 국민 수백명을 살해한 김정일에게 ‘도리’를 다한 이희호 여사. 그러나 이 여사나 그의 남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북한군의 공격을 받고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 희생자는 철저히 외면했다.

한일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2002년 6월29일. 꽃게잡이 어선들을 보호하며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인근까지 나갔던 해군고속정 참수리 357호는 북한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아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국군통수권자인 김 전 대통령은 다음 날인 30일 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고,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TV화면으로 지켜보던 제2연평해전 유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찢겨진 가슴을 또 한번 쳐야 했다.

교전 이틀 후 거행된 영결식에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무총리나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정부 고위인사나 군 핵심 지휘부 누구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월드컵 결승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탄 성남비행장에서 불과 몇분 거리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에서 아들의 주검을 마주하고 있던 제2연평해전 유족들은 이희호 여사의 김정일 조문을 어떤 심정으로 지켜봤을까?

<뉴스파인더 엄병길 기자 bkeom@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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