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딸’, 정부·국회·국민 제1관심사 돼야”
- [인터뷰] 최홍재 ‘신숙자 씨 모녀 송환 촉구 국토대장정’ 단장
-통영~임진각 1700리 행진…“정부·국회 나서면 구출 문제없다”
“‘통영의 딸’ 구출 문제가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의 ‘제1 관심사’가 돼야 합니다.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반드시 구출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 구출운동을 위해 지난 23일간 1,700리(680km) 길을 걸으며 발에 피고름이 맺혀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최홍재 국토순례단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최 단장은 12일 <뉴스파인더>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의 존립 이유 첫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신 씨 모녀를 구출해와야 대한민국이 대한민국답게 되는 것 아니냐”고 수차례 반문했다.
최 단장은 신숙자 씨 구출의 의미에 대해 첫째로 “신 씨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밀알이 된 파독간호사였던 분인데, 이런 사람의 어려움을 방관해선 안 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북한에 납치된 517명 중 단 한명도 구출해오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면 창피하다”며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신숙자 씨와 두 딸을 구해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와 보은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통영의 딸’ 국토대장정이 세 모녀로 상징돼 있지만 납치피해자 517명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내고,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세 모녀의 고통을 우리 국민들이 알고, 더 나아가 세계가 이를 알게 됨으로써 정치범수용소 실태와 북한 인권상황을 더욱 개선시켜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낙동강 건너고 추풍령 넘어 23일간 1,700리 행진
국토순례단은 지난달 19일 통영을 출발해 낙동강을 건너고 추풍령을 넘어 파주 임진각까지 23일간 1,700리(680km)를 도보행진 하며 ‘통영의 딸’과 정치범수용소, 북한 인권상황 등을 전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렸다.
이들은 이 기간 신 씨 모녀의 송환을 촉구하는 1만여 명의 서명을 받는 한편, ‘변함없이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납북자 수 만큼의 노란 리본(517개)을 나무에 매달았다.
최 단장은 “발목이 부어 인대손상 우려가 있는 국토순례단원 한 명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고 많은 단원들이 과로 증세가 있지만, 휴식을 취하고 나면 나아질 것”이라며 무사히 국토대장정을 마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토대장정 초기 재정적 어려움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꼽았다.
최 단장은 “잠은 텐트에서 잤기 때문에 쉽게 해결됐지만, 단원들 밥 먹일 돈도 부족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후원금이 많이 들어와 무사히 마쳤다”며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국토순례 도중 만난 시민들의 응원은 다른 무엇보다도 순례단에 큰 힘이 됐다.
최 단장은 “정말 열화와 같은 반응이었다”고 시민들의 열기를 전했다. 그는 “경남쪽에서는 설명도 하기 전에 우리 순례단 깃발을 보고 파이팅을 외치고 박수를 치고, 엽서(구출! 통영의 딸 백만 엽서 청원운동)를 나눠주면 우체통을 통해 보내줬고, 그 외 지역에서도 한결 같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 반응이나 바람과 달리 (정부와 정치권 등이) 적절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그럼 어떻게 하면 신 씨 모녀를 구출해올 수 있을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그에게 물었다.
“저는 상황을 아주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13명의 납북자와 가족을 데려왔고, 미국도 무슨 일만 생기면 전직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는 등 납북자 구출이 불가능한 게 아니란 것은 이미 증명 됐습니다. 안되기 때문에 못 구해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구하려는 노력을 안 하고 있는 것이죠.
국민들이 각성해 (납북자 구출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만의 일이 아니고 캐나다와 미국, 독일, 영국 등 전세계적 관심사이므로 대한민국 의회와 정부만 정확히 인지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가능한 일입니다.”
정부는 납북자 생사 확인 및 송환문제를 전담할 기구 또는 부서를 신설키로 하고 지난달 초부터 유관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국회에도 납북자 송환 결의안이 발의 돼 있어 여야가 뜻만 모아주면 신숙자 씨 모녀 등 납북자 문제 해결에 한걸음 더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당 쇄신과 야권통합으로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특히 민주당 등 좌파야당이 납북자 문제에 미온적이어서 결의안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년 총·대선 후보자들에게 ‘납북자 송환’ 핵심공약으로 받아낼 것”
최 단장은 “외국은 의회에서 송환결의안을 채택하는데 대한민국 국회만 나 몰라라 하고 있어 통탄스럽고 부끄럽다”면서 “국회가 이 문제를 결의하고 의원들이 나서 전세계 의원들에게 호소하고 정부에 강력히 주문하면 얼마든지 송환이 가능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 단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 후보자들에게도 납북자 송환 문제를 핵심공약으로 받아내 반드시 송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납북자 송환 문제는 ‘왜 당신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입니다. 국가를 잘 운영하기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출마하는데, 제1 문제인 국민의 생명에 대해 온 국민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떤 정부나 국회가 들어서건 핵심 1순위 문제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뉴스파인더 엄병길 기자 bkeom@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