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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2-02 05: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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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광 김일성의 명령에 따라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남침한 6.25 전쟁. 北 포스터/프런티어타임스
죽창든 인민군은 사람도 아니야!

작은 매장을 운영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모를 것이다. 며칠 전에도 여느 때처럼 근무중인데 한 7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르신이 매장에 방문하셨다.이것 저것을 둘러보시다 맘에 맞는 상품을 찾으셨는지 금액을 제시하기도 전에 카드를 내미시며 포장해 달라고 하신다.

구매고객과 미구매고객을 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이 바닥 불문율이지만,어디 사람의 마음이 그런가?미소를 머금고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시냐"고 운을 떼 본다. 그러자 그 어르신 왈,"갈 때 됐는데 이것만 다 써봐도 천은 건진거야"라며 껄껄 웃으신다.내가 조건반사적으로 "에이 아주 정정하신데요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라며 기운을 북돋아 드려본다.

듣기 싫지 않으셨는지 어르신도 "하기사 내가 6.25 전 용사야!젊은 땐 한가닥했지"라고 하신다."뭐라 고라고라 6.25!" 난 쾌재를 부르며 어르신을 의자에 앉히고 미천한 글이나마 인터넷에서 벌갱들과 일전을 벌이는 청년이라 날 소개했다.그랬더니 나보다 어르신이 더 반가워하시며 "요새 젊은이들은 6.25만 꺼내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처럼 전설로 여기던데 그때 얘기를 해달라니 별종이구먼"하며 예상치도 않던 칭찬도 건네셨다.

어르신은 소년병으로 6.25에 참전하셨다고 했다.강원도 홍천과 화천 일대에서 1.4후퇴 이후 국군의 반격이 한창일 당시 전장에 투입돼 53년 종전후 5년을 더 근무하시고 하사로 제대하셨다고 한다.그 어르신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담기엔 1박2일은 걸릴 것이고, 인민군의 잔혹함을 기억하셨던 대목만 소개해 본다.

월남처럼 아군과 적군이 혼돈스럽던 당시 강원도 양구 부근 마을에 잠입해 있던 인민군은 국군에 동조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죄명을 씌워 주민 20여 명을 학살했다고 한다. 더 잔인한건 총살은 단 너댓명 뿐이고,나머지 주민들은 공개적으로 죽창으로 찔러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어르신은 죽창을 든 인민군의 광기어린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할 뿐아니라,갈기갈기 찢긴 시신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고 하셨다. 아~말로만 듣던,죽창! 내가 속으로 비맞은 중마냥 중얼거리는 사이 어르신은 한톤 높아진 목소리로 "날카로운 대나무살 끝으로 죄없는 주민의 숨통을 끊은 인민군은 사람도 아니야! 아무리 전쟁이래도 같은 민족을 그렇게 할순 없어!"라며 분노를 숨기지 않으셨다.

난 그분의 눈동자를 유심히 봤다.비록 안경알에 가려 선명하진 않았지만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니,"지금 이곳이 전장이 아닌가"착각하게 만들 만큼 적개심이 하늘을 찌르시고 계셨다.화제를 돌려 더 많은 일화를 듣고 싶었지만, 어르신은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뜨셨다."담에 또 오겠다"는 말씀과 "참전용사증을 몇년 만에 당당히 보여주게 만든 자네에게 감사한다"는 말씀을 뒤로 하고 말이다.

어르신의 뒷 모습을 보며 "6.25는 남침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망언을 내 뱉은 김용옥이 떠오르자 나도 모를 긴 한숨이 흘러 나왔다.

<프런티어타임스 휘모리 논객 (www.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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