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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1-21 11: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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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연합 야외 기동훈련에 참가중인 미국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프런티어타임스 오을탁기자
김관진 국방장관의 침과대적(枕戈待敵) 결의

일본 에도시대 초기 전설의 검객 미야모토(宮本武藏)에게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칼을 전혀 쓸 줄 모르는 효자 농부가 찾아왔다. 무사시는 꼭 한 가지만 전수했는데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가마에(かまえ)’ 즉 바른 자세였다.

무사시는 그 효자에게 적의 살기를 느끼면 눈을 감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칼을 그냥 앞으로 내뻗기만 하면 된다고 가르쳤다. 적은 빈틈없는 효자농부의 자세에 초조해서 정신없이 칼을 내리쳤다. 효자가 ‘당했구나’ 생각하고 눈을 뜬 순간 피를 흘리고 쓸어진 것은 바로 덤벼든 적이였다.

황당한 이야기 같이만 메시지는 있다. 자세만 바르게 취해도 싸움에서 이길 수가 있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이와같이 무인(武人)은 자세가 중요하다. 예컨대 광화문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칼의 위치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도 무인(武人)의 자세와 관련이 있다.

이와같이 자세는 역설적으로 적에게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암시를 일깨어 주고, 정중동(靜中動)으로 심리전의 기선제압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실제로 바르지 못한 어설픈 자세는 역효과만 초래한다. 어정쩡한 방어자세로는 오히려 공포만 축적될 뿐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연평도 포격 사건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8일 각급 부대 지휘관들에게 보낸 ‘장관 서신 제8호’에서 "적은 반드시 도발할 것"이라며 "도발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까지도 응징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 장관은 서신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은 절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사건이기에 우리 군은 지난 1년 동안 적개심을 불태우며 절치부심해왔다"면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총칼을 갈고닦는 등 적 도발에 강력하고도 처절하게 응징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왔다"고 군인정신을 각오했다.

이날 김 장관은 지휘관들에게 세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우선 "침과대적(枕戈待敵·창을 베고 적을 기다림)의 결의를 더욱 굳게 다져야 할 것"이라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한 전우와 국민의 희생을 기억하고, 적과 싸워 이김으로써 이를 기필코 되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적은 그들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습적인 도발을 획책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도발할 것"이라며 "제대별 전력과 합동전력을 총동원해 도발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까지도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1주년에 즈음하여 각 제대별로 적 도발유형을 상정한 훈련을 시행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실 김 국방은 2010년 말 신년사 형식의 장관서신 제1호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당시 배수의 진을 결의한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유한이 없다)는 자세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은 군 내부에 잠재된 행정주의적 요소와 관료적 풍토, 매너리즘을 과감히 도려내고 군 본연의 전투력 효과를 위한 실전적 훈련을 통해 야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어떤 지휘관이 얼마나 강력한 조직을 유지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아랍 민족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리와 양의 군대 이야기는 우리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리(狼)가 이끄는 양(羊)의 군대’ 그러니까 리더가 이리이고 졸병은 양인 군대가, ‘양(羊)이 이끄는 이리(狼)의 군대’ 그러니까 리더가 양이고 졸병은 이리인 군대와 전쟁을 했다.

결국 ‘누가 이기겠느냐?’를 묻는 교훈적인 성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이리(狼)가 이끄는 양(羊)의 군대’ 가 ‘양(羊)이 이끄는 이리(狼)의 군대’를 이긴다.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군인이 군인다워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이순신장군도 “반드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必死則生),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必生則死).”고 했다. 어떤 조직이든 위기에 빠지면 구성원들은 지도자만 본다.

위기 때 ‘저 사람을 따라가면 살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자문자답하는 것이 본능이다.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국민들이 지도자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으면 그 조직은 절대 흔들림이 없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올해 화두로 꺼내 놓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침과대적(枕戈待敵) 결의는 호전성의 적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를 한층 든든히 만들어 왔으며 대외적으로도 시사한 바가 적지 않았었다.

<프런티어타임스 오을탁기자 (www.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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