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종 ‘싸대기 유치원’
- "대통령 되려면 왕창 오른 주식 반만 처분해 내놓으면 돼요"

▲ 연예인들의 정치화 갈수록 심각" 개콘 '사마귀유치원'에서 집권여당 수뇌부를 콕 찝어 비하 풍자한 최효종과 이를 고소한 강용석 의원/프런티어타임스 문태영기자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예전 교련복을 입고 나왔던 어느 개그에서 처음 나왔던 구호였다. 그리고 해피투게더란 프로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등, 다른 의미로 보지말고 그저 웃음을 위한 설정으로 봐달라는 말인 것같다. 뭐 맞는 말이긴 하다.
말 한마디에서도 흠을 잡으려 마음만 먹으면 끼워맞춰서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기에, 이같은 골치아픈(특히 정치권과 관련된 예민한) 영역으로 가져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한바탕 웃고 잊어달라는 부탁의 뜻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기사..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에 출연 중인 개그맨 최효종(25)씨를,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 모욕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지난달 2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씨가 한 말을 문제 삼았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돼요"라고 말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 역을 개통해 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구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라고 한 대목도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형법 제311조는 모욕죄에 해당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사가 나가자 수많은 네티즌들은, "웃자고 한 말을, 죽자고 덤벼든다"는 등의 말로 강 의원에게 비판을 쏟아내고있다. 또한 예상했던 대로 몇 몇 인물들이 역시나 얼굴을 디밀고 있다.
진중권 : "틀린 말 하나도 없구먼, 줄줄이 맞는 말이네. 강용석, 최효종 고소?
누가 개그맨인지 모르겠네. 최효종씨, 맞고소하세요. 영업방해로"
김여진 :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 전체를 가장 모욕하고 있는건 바로 본인인걸 모르는 모양"
김미화 : "효종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쟈.
강용석 의원이 우릴 코미디언이라고 우습게 보나본데.. 고맙지..
우린 원래 웃기는사람덜 아니냐..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했다고? 우리도 맞고소하자.
국회의원들..뻑하면 '코미디하고있네'라고 코미디언 모욕했으니!"
최효종의 개그.불편한 심정이긴 하지만, 결코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니다. 그간 우리가 봐왔던 정치판의 일반적인 행태이니 말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싶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묘하나마 그 저의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 있더라는 말씀.
최효종의 대사를 보자.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집권여당 수뇌부'라 꼭 집어 적시하고 있다. 공천에 관한 한 여당이든 야당들이 건간에, 공천을 받기 위한 필수 항목은 그가 몸담고 있는 당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수뇌부와의 긴밀한(친밀한) 관계유지다.
그럼에도 '집권여당 수뇌부' '여당 텃밭'이라는 말로, 이것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만의 폐습과 폐단으로 몰아가고 있음이 문제라는 말이다. 오해를 사지않으려면, 그저 '자기가 속해있는 당 수뇌부' '자신들의 텃밭'식으로 말해야했다.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돼요" 이 말에서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저 흘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할머니' 그리고 '국밥'이란 단어에서, 예전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유세 장면이 떠오르지않는가?
그저 아무 의미없이 무심코 한 대사라며 반박할 이들도 있겠지만, 앞서 '집권 여당 수뇌부'라 확실히 손가락질 한 것과 연결시켜 보면, 이게 과연 그저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않고 한 발언이었을까?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 역을 개통해 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구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 이 말들만 떼놓고 본다면, 여야 의원 모두를 뭉뚱그려 비아냥댄 것이긴 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들로 인해, 이 역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자연스레 전이된다는 말이고. 뭐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라는 것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상황들을 연결시키지는 않겠다. 판단과 이해는 읽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이처럼 이 대사들이 진정 여야 모두를 향한 것이었다면, 왜 야당의원들은 아무 말이 없으며, 또한 아무리 과거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강용석 의원이라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몇 몇 그렇고 그런 이들이 인상을 써대며 야단일까?
만약 최효종의 대사가 '집권여당 수뇌부'니 '여당 텃밭'이니, 특정인을 떠올리게 하는 '국밥'이니가 아닌, 여야 모두에게 던지는 비아냥이었고, 이에 야당 국회의원이 욱하고 고소했다면, 과연 진중권과 김여진 그리고 김미화 같은 이들이 이렇게 대놓고 핏대를 세웠을까의 의문..
그러면서도 이들은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고 외친다. 이는 순수한 의미로가 아닌, 자신이 특정인과 특정집단을 매도하며 내뱉은 말을, 개그라는 미명하에 변명을 해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최효종식 표현이라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공중부양 이 기술 하나만 익히면 돼요. 아니면 일격에 탁자를 쪼개는 철권만 단련해도 돼구요"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김일성 만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만 하면 돼요.
아니면 깊은 생각없는 친구 하나 꼬드겨 지지율협찬만 받으면 돼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말 몇마디하고, 그것으로 인해 왕창 오른 주식 반만 처분해 내놓으면 돼요"도 성립하겠고..
강용석 의원의 한 개그맨을 고소한 것은 좀 멀리 나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이 풍자 그리고 개그라는 것을 들이 밀며, 실지로는 특정인과 특정집단만을 비아냥대는 것은, 참으로 비겁하며 역겨운 행태임을 명심하라. 사마귀가 싸대기맞을 유치한 짓은 하지말라는 말이다.
<프런티어타임스 문태영기자 (www.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