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한 정동영, 김종훈이 이완용이면 노무현은 역적?
- 한미 FTA, 180도 입장 바꿔 논란…5년 전 ‘국익’에서 ‘을사늑약’으로
지난 13일 자신이 속한 상임위까지 옮겨가며 한미 FTA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장을 맡으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대표적인 FTA 찬성론자였다.
과거 입장도 입장이지만 최근 한미 FTA를 ‘을사늑약’에 비유하는 등 발언 자체가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치권 인사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원색적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회로 긴급 투입된 그는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는 ‘낯선 식민지’이고, 국회가 이를 비준하는 것은 ‘을사늑약’을 추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많은 국민의 생각이고 내 생각”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서도 “대한민국 국익을 대표하는게 맞는지, 미국의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며 날선 말을 퍼부었다. 이에 김 본부장은 “말씀이 지나치다”며 항의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 최고위원은 과거 수차례 FTA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주한미국대사관의 전문에 따르면 그는 2006년 3월 17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지난 53년 간은 상호방위조약이 양자관계의 중요한 기둥이었다”면서 “일단 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 간 관계를 지탱시켜줄 두 번째 중요한 기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4월 13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 FTA가 필요하며 유용하다는 콘센서스가 있다”고 했고, 이듬해 7월 11일 아태정책연구소 주최 초청 연설에 역시 “한국은 내부적으로는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FTA를 확대함으로써 미래에 생존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2007년 10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다음인 11월 9일, 대선후보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선진화 포럼에서는 “다음 정부에서는 FTA를 전면적이고 전 세계적·전 방위적으로 체결하는 전략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약속까지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 조차 일부 강경파의 지지를 결집시키기 위한 ‘술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백보 양보해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은 시간이 지나 변했다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정 최고위원의 발언들은 비록 패하긴 했지만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의 언행이라고 보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다”며 “당내 특정 계파를 의식한 정 최고위원의 행보는 결국 당에게도 부담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17일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품격이 곧 나라의 품격이기 때문에 평생 ‘대통령급’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며 “집권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사상과 세계관을 떠나 정동영은 우선 인격에서 함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트위터에 “정 의원께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외교통상통일 문제의 실질적 책임자 아니었나요. 지금 와서 저런 말씀을 하시니?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함진규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정 최고위원의 FTA 관련 발언들을 소개한 뒤, “지난날 한미 FTA를 극찬했던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제와 등을 돌린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인가, 아니면 정부 흠집내기로 식어가는 인기를 되살리려는 몸부림 때문인가”라며 “한미 FTA가 新 을사늑약이고, 김 본부장이 이완용이면 한미 FTA를 체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적’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6일 충남 금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2011 한국벤처농업대학’ 특강에서 “FTA는 피할 길 없는 임진왜란과 다름없는 위기”라며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심정으로 해결 방안을 찾자”고 말해 정 최고위원과 대조를 이뤘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02@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