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한미 FTA 처리 왜 서두르나
- 이르면 12일 밤 통과… 4년 뜸들이다 6일만에
미국 의회의 한미 FTA 처리가 속도를 내며 빠르면 12일 밤 모든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빠른 미 의회의 법안 처리에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시각으로 12일 밤 미 의회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 처리 절차에 들어간다. 이미 4년 3개월간 논의됐고 물밑조율이 끝난 사안이라 단 6일만에 완료되는 미 의회 사상 최단 FTA 처리 기록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가 이명박 대통령이 국빈방문한 한미 정상회담 전에 의회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민주, 공화 양당이 손을 잡은 상태라 표결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은 지난 6일 압도적 표차로 하원 세입위를 통과해 상원 재무위로 넘어갔으며 전날인 11일 상원 재무위는 한미 FTA를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이후 남은 절차는 12일 하원 본회의와 상원 본회의로,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을 뿐이다.
특히 미 상원은 토론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한국과의 이행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 의회 연설도 계획돼 있다.
-미 의회, 한미 FTA 왜 서두르나
미국이 FTA 협정체결을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또 이례적으로 서두르는 데에는 현재 미국의 정치,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의 TAA와 공화당의 FTA 등 양당이 원하는 바를 모두 얻기 위한 거래가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FTA를 통한 수출 활성화라는 판단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양당의 협력관계를 유도해 내고 경제적 위기를 타파해 내년 대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속셈도 숨어 있다.
한미 FTA의 위회 비준동의안을 둔 미국 정치권 공방의 중심에는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TAA)이 있다.
TAA(Trade Adjustment Assistance)는 쉽게 말해 FTA와 같은 무역자유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산업 및 해당 산업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FTA체결로 밀려오는 해외수입품에 자국 제조업체 등이 손실을 입으면 각종 자금 지원책 등을 제공하고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도 직업교육비와 의료보험 세금공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따라서 TAA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표방하는 공화당의 반대와 사회적 형평성을 내세우는 민주당의 극명한 시각차로 오랫동안 대립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들의 원하는 TAA를 한미FTA와 묶어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해 그동안 미 의회는 한미 FTA에 찬성하면서도 이같은 묶음 통과에 의견 대치를 보여왔다.
이같은 대립이 진행되던 중 지난달 13일 백악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방문자격으로 10월 13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 의회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FTA 절차를 통과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졌고 의회 지도부에게는 신속히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백악관이 청와대에 국빈 방미 발표를 서두르자고 한 것에는 이같은 정치적 배경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이에 급해진 여야 상원 지도부는 지난 달 22일 TAA 법안을 결단력을 발휘해 통과시켰다. 백악관의 요구와, 서로에 대한 불신 탓에 TAA가 통과된 후에야 FTA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 강경했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 당일 상원 지도부는 반대파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쏟아진 무려 30여개의 수정안을 차례로 정리하고 부결시키는 절차를 밟아 단 한 개의 합의안만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수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의결정족수를 50표에서 60표를 올리는 등 많은 정치적 술수가 벌어졌다는 후문도 있다.
TAA가 처리된 후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이행안을 의회에 제출, 미 의회는 빠르게 통과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공화 초당적 협력… 어떤 배경 숨어있나
특히 TAA는 FTA에 부정적인 노동계에 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바램인 TAA와 공화당이 원한 FTA를 모두 통과시킴으로써 여야 협력을 유도했다는 이미지를 남겨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또 오바마는 한미 FTA를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삼고자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경제 위기다. 이를 극복해낸다면 내년 대선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기준 신규고용 ‘제로성장’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접하고 증시가 폭락하는 한편 시민들로부터 높은 실업율 등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 당하며 ‘월가 점령’ 시위 사태를 맞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 의회는 한미 FTA가 엄청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의 계속되는 경제 부양정책에도 약발이 안 받는 미국은 지금 어떤 기회든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한미 FTA가 어떤 방향으로든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내수시장의 침체와 금융권의 경직에 따라, 해결책은 수출 밖에 없다는 공통된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FTA 체결이 곧 수출 활성화 전략을 의미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FTA 전도사’라고 까지 불리는 이유다.
아울러 현재 중국의 위안화 관련 대응책 등으로 격론 중인 미 의회 양당은, 긴 토론과 대립으로 많은 법안처리가 미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한미 FTA가 무려 4년여를 끌어왔다는 점에 생각을 같이해 이같은 초당적 협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한국이 NATO 제외 국가 중에서는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동맹국가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동맹의 고리를 더 견고히 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한미 FTA 처리가 내년 대통령선거 때까지 볼 수 있는 양 당의 마지막 협력 사례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FTA가 빠르게 성사될 경우 다른 국가보다 한발 앞서 더 유리한 입장으로 미국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KBS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이달 내로 한미 FTA를 비준안과 14개 이행법안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 대표는 “야권의 반대는 국익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한미FTA를 접근하는 게 아니라 반미주의 이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