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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10-07 0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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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대 박원순’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두 사람의 웃는 모습이 여러 신문에 실린 것을 보고 쓴 웃음을 웃었습니다. 웃음에도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산들바람이 산들 부는 것 같은 ‘미소’가 있는가 하면, 누구를 의식하고 터뜨리는 큰 웃음인지는 모르나 사방을 한번 떠들썩하게 만드는 ‘파안대소’가 있습니다.

두 장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한 느낌이나 인상은 사람 따라 다를 수가 있겠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한 사람의 웃음은 순수하고 투명하게 느껴졌고, 또 한 사람의 웃는 얼굴에는 왜 그런지 음흉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서울시민이 나와 같은 첫인상을 가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내 느낌은 그러하였습니다.

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옷이 허름하고 수염이 덥수룩하고, 마치 지하철 어디에서 노숙자와 함께 자고 일어나 나온 것 같던 ‘홈레스’가 갑작스레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양복을 단정하게 입고 붉은 색 타이를 매고 나타났다면 그를 보고 ‘연기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나 다니지만, 양말만은 최고급을 신고 있다는 사람을 나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로빈 후드’도 아니면서 가진 자의 돈을 뜯어내는 그런 능력을 나는 높이 평가할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세종의 아들 수양대군과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같은 선거구에서 동시에 출마한다면 누구를 찍겠느냐고 내게 물으신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신사임당”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왜? 오늘 조국에 꼭 필요한 지도자는 능수능란한 수양대군 같은 인물이 아니라, 착하고 어지고 순수하면서도 다부진 신사임당 같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프런티어타임스 (www.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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