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경상수지 흑자폭 급감… 왜?
- 세계 금융위기… 내달부터 한국 실물경제에 악영향 전망

지난 달 경상수지 흑자폭이 대폭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이 통상 비수기였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려와 다르게 글로벌 경제위기가 실물경제에 준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사실 이번 경상수지 흑자 급감은 지난 1일 지경부가 발표한 8월 무역수지가 8억달러 흑자에 불과했던 것의 연장이기 때문에 예상됐던 결과다. 하지만 유럽 금융위기와 환율 폭등 등이 내달부터 우리 실물경제에 반영된다는 분석이 나와 향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은 8월 중 경상수지가 4억달러 흑자를 봤으며 지난해 3월부터 1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37억 7,000만달러에 비교하면 1/9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상품수지는 전월보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증가해 흑자규모가 47억 3,000만달러에서 4억 8,000만달러로 크게 축소됐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값이 많이 올라,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넘어서 흑자폭이 줄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은은 이번 통계에 대해 수출기업들이 8월 하계휴가를 의식해 수출물량을 7월에 미리 선적하는 등의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상 경상수지 흑자 폭은 이런 영향으로 7월이 컸고, 8월은 작았던 흐름이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7, 8월 평균 21억달러로 1~8월 평균보다 높아 특별히 경상수지가 나빠졌거나 추세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환율의 급등이 가져올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입액은 계속적으로 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10월 이후 정보기술(IT), 화학, 정유, 철강 등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경기가 본격 위축될 경우 흑자기조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금융위기로부터 파생된 경기 위축, 은행권의 신용경색, 환율 폭등 등의 요인이 10월부터 우리나라 수출입 등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다.
서비스수지의 적자규모는 여행수입 증가 등으로 전월의 6억 9,000만달러에서 5억 8,000만달러로 축소됐고, 본원소득수지의 흑자규모는 배당 및 이자수지 개선으로 전월의 7,000만달러에서 7억달러로 확대됐다.
이전소득수지의 적자규모는 대외송금 수지가 개선되면서 전월의 3억 4,000만달러에서 2억달러 규모로 축소됐다.
금융계정은 전월과 비슷한 23억 7,000만달러 유출초를 나타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해 전월의 3억 3,000만달러 유입초에서 10억 4,000억달러 유출초로 전환됐다.
증권투자는 외국인주식투자의 큰 폭 순유출 등으로 전월의 92억 6,000만달러 유입초에서 29억 2,000만달러 유출초로 전환됐다.
8월중 수출은 459억 4,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5.9% 증가했다. 석유제품과 선박, 화공품 등의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일본, 미국, 중국 등에 대한 수출 증가세는 전월에 비해 확대됐으며 FTA를 맺은 EU에 대해서는 증가로 전환됐다.
8월 중 수입은 454.6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8.9% 증가했다. 수송장비, 정보통신기기, 비철금속 등의 수입증가세는 전월보다 확대됐으나 원유, 기계류와 정밀기기, 내구소비재 등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출여건 변화와 기업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6.8%가 “올해 수출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수출여건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절반이 넘는 56.8%가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배경으로는 ‘수출국 수요감소’(47.9%)와 ‘환율불안’(37.3%), ‘수출시장 경쟁심화’(8.5%) 등을 꼽았다.
아울러 향후 수출여건 전망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수출여건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6.4%였으며, “개선될 것”이라는 반응은 13.0%에 불과했다.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 역시 ‘수출국 수요감소’(70.9%),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비용 부담 증가’(18.1%), ‘수출시장 경쟁심화’(9.9%) 등의 순으로 많았다.
수출여건 악화에 따른 대응책으로 기업들은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31.8%)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수출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세계경제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