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탓, 보수 팔자 사납다
- 혼백 빠진 여당에 보수가 덤터기로 봉변 당할 판
건국 이래 한나라당처럼 당 같지 않은 당이 없었다. 자유당 민주당 공화당 민정당 등 역대 정당들은 그 잘잘못 여하간에 정치결사로서의 정체성, 응집력, 전투력, 리더십이 아주 강했다. 존재이유에 대한 자의식이 뚜렷했고, 공동운명체 의식도 강했고, 여차 할 때면 싸움도 당차게 했다.
한나라당은 집단으로서의 ‘제 정신’이라 할 게 없다. 각자 마음이 다 36개 방향의 콩밭에 가 있다. 정체성과 응집력이 있을 리 없는 것이다. 좋게 말해 책방 도령이고 나쁘게 말해 겁쟁이들이라 전투력도 없다. 리더십? 천군만마(千軍萬馬)를 호령하며 돌격 명령을 내리는 장수가 없는 터라 리더십 또한 젬병이다. 이승만 조병옥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없는 오합지졸의 무리...
이런 한나라당 가지고 서울시장 선거, 총선, 대선을 치르겠단다. 지금 보수 유권자 30%, 좌파 유권자 30%, 왔다 갔다 유권자 60%라 할 때, 그 60%의 다수가 지난번엔 이명박한테 표를 주었지만 이번엔 다시 안철수를 거쳐 좌 쪽으로 부족 대이동을 하는 조짐이 보인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 그 가닥이 잡힐 것이다.
이처럼 당 같지도 않은 한나라당 때문에 보수 전체가 덤터기로 봉변을 당할 판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이 위기를 제대로 간파하고 그 어떤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자기혁신을 한다는 것은, 삶은 호박에 도래송곳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 만큼이나 말이 안 된다. 그 동네엔 그렇게 할 만한 장수 리더부터가 우선 없으니 말이다.
박근혜 의원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구심점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왜 여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격 앞으로!” 하고 외치는 장수의 지휘봉을 거머쥐려 하지 않는가?
이런 여당, 이런 정당은 평생 처음 본다. 덩치는 큰데 근(筋)무력증에 걸려 갱신을 못하고, 나이도 많지 않은데 뇌세포가 많이 죽었는지 머리도 흐리멍텅하다. 아니, 혼백이 아예 빠져버린 것 같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유권자들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극약요법이라도 써야 하는가? 극약요법-그것은 내년 대선 때 보수국민의 최고조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 직전까지는 한나라당을 “되우 쳐라!” 하는 것 아닐지? “그래도 별수 없이 한나라당이지...” 하는 생각을 도대체 언제까지 속절없이 해야 한단 말인가?
보수는 창조적으로 재편성 돼야 한다는 성현(聖賢) 말씀이야 물론 책에 있지만 그게 그렇게 말씀처럼 되는 일이라야 말이지...
<류근일 언론인/전 조선일보 주필>
<프런티어타임스 (www.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