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1-09-18 09:43:57
기사수정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박원순 변호사는 9.15일 희망제작소 임시 이사회에 참석 후 상임이사 퇴임식을 가졌다. 퇴임 기자회견에서 "후보로서 앞으로 서울시정에 임할 기본 철학과 비전을 밝히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향해 잰걸음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여.야권은 아직 뚜렷한 후보를 내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처지를 감안하면 박원순의 잰걸음은 그들에게 여간 신경 거슬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박원순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찾아 진보정치의 가치가 현실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진보정당과 민주,시민세력이 연대해 자신이 야권 단일후보가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 자리에서 박원순은 야권은 단일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원칙임을 강조했고, 범야권 단일후보는 당연히 자신임을 확인시키고자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민노당은 찾아가 자신의 단일 후보안을 설명하며 깍뜻한 예의를 차렸으나 정작 야권의 가장 큰 지분을 가진 민주당에 대해서는 입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앞서 손학규 대표로부터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 통합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시금석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 출발점이다. "민주당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입당 제의를 받은 직후다.

그러나 박원순은 민주당을 향해 “야권 단일후보를 만드는 과정이 가속화 돼 선거 이전이라도 이뤄지면 입당이 불가능하지 않다”며 민주당을 향해 자신에게 절대 유리한 옵션을 노골적으로 따로 제시해 놓고 있다.

이렇듯 민주당과 민노당을 오가며 보여준 일련의 언행은 여당과 맞서야 하는 범야권 후보는 오로지 자신 뿐임을 확인시키는 절차였다. 가장 많은 야권지분을 가진 민주당 손 대표를 자신 앞에 무릎 꿇려 향후 통합야당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 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자신과 경쟁에 나서려 하는 여타 후보들의 출현을 사전봉쇄 하겠다는 정치적 복선도 깔려 있다. 민변출신 시민운동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막후정치 행보는 기존 정치인들 뺨치기에 손색 없어 보인다.

-박원순은 아직은 선거에 나설 예비후보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언행은 마치 시장이라도 된 것처럼 곳곳에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현 진행 중인 서울시정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한강 르네상스'의 전면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표명은 구체적 계획이나 복안없이 즉흥적으로 한 말 이었다.

모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해야 할 부분은 진행”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전면재검토”에서 하룻밤 사이에 “진행해야 할 부분은 진행”으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입장번복에 대한 논란이 일자 재차 전면재검토론으로 재빨리 선회했다.

이어 진의가 왜곡 되었고,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이 온갖 색칠을 하고 있으니 지켜달라며 트위터를 통해 도움을 청했다. 여름철 장맛비처럼 오락가락하는 소신없는 발언의 책임을 그 누군가에게 떠 넘기는 꼴이다.

박원순은 서울시장 후보로서 공약이나 시정계획을 발표하기도 전에 지하철을 통해 표몰이에 나섯다. 대학생들과는 등록금 문제, 직장인 주부와는 물가 문제,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는 복지 문제에 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등록금이나 물가, 복지문제 같은 경우는 국가 정책으로 접근해서 풀어야 할 크나큰 숙제다. 서울시 살림 책임자와는 거리가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이를 선거 이벤트나 공약처럼 거론하는 것은 정확하게 월권이며 오버다.

희망제작소 퇴임 후 불과 몇 일 사이에 광속행보를 이어가는 박원순은 국립현충원, 국립 4.19 묘지를 방문하여 “아직도 먼 민주주의 우리가 달려가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행정에는 이념이나 정치적 가치가 스며들 곳이 별로 없다. 효율과 능률, 부족한 자원의 합리적 배분, 돈 쓸 곳의 우선순위 결정 등 실사구시가 우선되는 현장이다.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필요한 곳이 아닌 똑 부러지는 살림꾼이 필요한 곳이다.

서울시 살림을 책임지려는 예비 살림꾼 방명록치고는 실사구시보다는 과거 그가 올인했던 국가보안법 투쟁이나 참여연대의 정치적 냄새가 더욱 진하게 난다.

희망제작소 퇴임식 날 사무실을 찾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서울시정은 굉장히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일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손대지 않아도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한다면 5~10년이면 세상을 싹 바꿀 수 있다"며 정치적 행보를 잇고 있다.

5~10년 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면 역시 시민 운동가 답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다.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무책임 자리다. 통치철학에 따라 국가를 이끄는 행위와 전혀 다른 별개의 현장인 것이다.

복잡다단하고 다양성이 요구되는 디지털사회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서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서 박원순의 행정적이념이 아닌 정치적이념과 색채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실로 엄청나고 놀라운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민은 10.26 보선을 통해 유능한 행정가, 똑소리 나는 안정적인 살림꾼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5~10년 만에 세상을 바꾸겠다는 위험성 있는 사회개혁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박원순 예비후보의 과거 행적을 현미경으로 꼼꼼히 살펴봐야 하며 향후 일거수일투족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민주시민의 권리며 책임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정문 논객 (www.frontiertimes.co.kr)>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1206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