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이유 있는 분노”
- “공기업 근무자들 대우는 다 받고 투철한 봉사정신은 부족”
-대통령의 이유있는 분노-
지난 세기말 미국은 Y2K문제 이른바 '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 문제'를 놓고 매뉴얼을 작성하고 대비한 적이 있었다. 밀레니엄 버그. 컴퓨터가 2000년 이후의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결함. 컴퓨터가 현재 인식하고 있는 연도 표기는 두 자리로 2000년을 00년으로 인식하게 되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일이 마비될 수 있어 커다란 재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전력전산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한 정전대란이었다. 그만큼 전력공급은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엊그제 오후 전국을 아수라장으로 몰아넣은 대규모 정전은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전국 162만 가구 주민들이 암흑 속에서 가슴을 졸여야 했고, 승강기가 멈춰서는 사고도 1900여 건이나 있었다.
양식장에서는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했고, 냉장고가 필수적인 정육점과 음식점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일부 금융기관과 경찰서, 종합병원까지 업무가 마비됐다. 특히 구미공단, 대전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자체 발전설비가 없어 조업을 중단하거나 원료를 버려야 할 처지가 됐다. 민심이 좋을 리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정전사태에 대해 질책하고 있다.(연합)
이명박 대통령이 한전에 직접 방문하여 관계자를 질타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안일한 판단으로‘전력 대란’을 일으킨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한전 본사를 전격 방문한 이 대통령은 한전 측의 보고가 추상적으로 흐르자“뭐가 잘못됐는지 두루뭉술하게 하지 말라.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얘기하라”또“거래소에서 단전하란다고 (한전이) 단전하느냐. 단전 전에 매뉴얼상 (취할 조치가) 뭐가 없느냐. 지(자기) 맘대로 끊어도 되느냐”고 몰아세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여러분은)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거다”라며 “당신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전기 수요가 올라가니까 끊어버리겠다고 이런 생각으로 일하는 것 아니냐. 이러니 공기업이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대우 받을 건 다 받고 국민에 대한 투철한 봉사정신이 부족하다. 내가 분통이 터지는데 실제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이 대통령은“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부끄럽다.
이런 실수로 정부가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자책성 발언도 내놓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다. 전력공급능력은 거북이 걸음인데 반해 전력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냉방기를 비롯한 전력다소비형 제품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차제에 에너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석유 한방울도 나지 않은 에너지 수입국 처지에서 가장 고급적인 전력을 흥청망청 쓰는 에너지과소비 풍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정전대란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은 못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눈덩어리처럼 커져만 가고 있는 부채는 국가부채의 주범이다. 국가부채 500조 시대에서 공기업의 부채까지 합하면 천조를 넘는다는 보도 내용도 있다. 특히 이번 정전사태 책임의 중심에 있는 한전만해도 부채가 40조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이
명박 대통령이 모를리가 없다. 어쨌튼 수요 예측에 대한 공급부족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해도 최근 정전사태는 한전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이번 대통령의 분노는 이유가 있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전반적인 면에서 시스템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오동추야 논객 (www.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