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판, 이젠 바뀌어야 한다
- 예산안 발목 잡는 민주당, 명분 없이 일주일 또 허송

▲ 프런티어타임스 이원창 주필기자
2009년도 예산안을 놓고 싸우는 정치판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회는 여·야의 싸움 통에 법정 시한을 넘기고도 예산안 처리를 못하고 있다.
신문지상과 TV에서 비쳐지는 여·야 의원들의 막말과 삿대질 그리고 몸싸움을 보아야 하는 국민들은 괴롭다. 한탄이 절로 나온다. "초딩 수준인 국회의원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차라리 국회를 해산 시켜라"는 등의 소리가 거침없이 들린다.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은 '國會의원'이라 하지 않고 '國害의원'이라 부른지 오래다.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해만 끼친다는 것이다. 이러다간 국민들이 국회로 몰려가 국해의원 추방운동을 벌일지도 모른다. 명심해야 할 일이다.
국회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는 원인에 대해 여.야 모두를 비난하는 양비론은 옳지 않다. 날로 험악해지는 경제상황을 두 눈 훤히 뜨고 보면서 "졸속 부실예산"이라는 명분 없는 명분을 내세워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민주당의 책임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전 세계가 금융위기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더욱 어렵다. "사상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여·야가 합심해도 어려울 판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정치판은 더럽게 오염된 시궁창처럼 개선될 징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각 국은 여·야가 하나가 되어 자구책을 찾고 있다. 미국의회는 금융위기에 대처하도록 법을 고쳐주고 재정지출을 결의해 주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원책이 효과가 있는지 공청회 등을 끊임없이 열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떠한가. 여·야를 떠나 일자리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200만명의 고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 제1야당인 민주당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정부에 호응해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야당들은 어떠한가. 사사건건 반대만 하고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는 사생결단을 낼 듯 발목을 잡고 심의 자체를 방해하고 있다. 야당이 한자리수 지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국민의 지지를 먹고사는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우습게 본다는데 있다. 국민들이야 죽건 말건 "우리는 우리다"는식이다. 지도력을 잃고 야당 눈치만 살피는 거대 여당 또한 식물정당인 건 마찬가지다.
국내경제가 너무 어려워지고 국민의 비난이 높아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오는 12일 잠정합의에 이르긴 했다. 허나 그간 여·야가 보여온 행태는 국민들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오는 12일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1주일을 다시 허송하는 명분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9일로 처리시한을 잡은 데 대해 "3일을 늦추게 했다"는 자위행위가 명분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야당이 하는 정치행태다.
이러한 합의마저 국회의장의 중재로 가능했다. 합의 전 기획재정위 회의장은 난장판과 다름 없었다. 한나라당이 감세법안 단독처리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측 의원과 관계자 등이 몰려 양측 200여명이 서로 뒤엉키고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어떠한가. 아파트 값이 반토막이 나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 등 은행들이 파산위기를 맞고있다. 이 여파로 건설회사들도 줄 도산을 당하고 있다. 실업률이 천정을 모르게 높아가고 있다.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고 수출 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는 생산라인이 멈추어지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이러한 어려움은 차라리 사치한 것이다. 서민들은 당장 먹고 살수가 없다. 초등학교를 비롯, 점심을 굶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무와 배추 우거지를 파는 한 노파가 대통령을 붙들고 "너무 살기가 어렵다"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안타까운 장면을 신문과 방송에서 우리는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의 야당은 반대만 일삼고 있다. 예산안이 하루빨리 통과돼 적재적소에 돈이 풀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반대만 일삼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한국의 정치판이고 야당의 행태다.
국민들은 '국회' 하면 싸움판을 연상한다. 중요법안 처리만 있게되면 여·야는 제갈량의 '학의진'처럼 회의장에 진지를 구축한다. 원내대표는 법안관련 의원의 해외출장도 포기시킨다. 목소리 큰 의원, 완력 있는 의원을 전진 배치해 돌격부대로 한다.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이도 모자라 책·걸상으로 출입문을 봉쇄한다. 상대 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다. 덩달아 정부에서 나온 예산담당관과 국회 연락관들도 감금을 당하기 일쑤다. 식사도 거른 채 대여섯 시간동안 꼼짝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수십년 계속되어온 한국의 정치판이다. 이제 바로 잡혀야 한다.
"한국의 정치는 3류다"는 국민의 비난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젠 선진형 정치를 배워야 한다. 숫자가 모자란다고 어거지로 하는 떼거리 정치는 끝나야 한다. 민주당이 예산안 통과를 반대하는 것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예상해 정부가 제출한 안을 2%대에 맞추라는 것이다.
야당으로선 충분히 지적하고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행동으로 옮겨 몸으로 저지하는 건 옳지 않다. 예산안은 내년도 수입·지출의 상황을 미리 예상하여 셈한 초안이다.
정부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무릅쓰고 4%대 성장을 목표로 추진할 수 있다. 또한 현 상황에서 예산안 수정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있다. 정책이 오류로 끝날 경우 국민으로부터의 질책과 비난은 정부와 여당이 지게 돼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입장에서 정부와 여당의 잘못되고 무리한 예산안을 국민에 홍보하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이토록 어렵고 국민이 도탄에 빠져 허덕이는데도 정부의 발목을 붙잡고 돈을 풀지 못하게 하는 건 "만년야당밖에 할 수 없다"는 국민의 저항만을 받을 뿐이다.
선진국 의회에서 삿대질과 고성이 오고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광경은 볼수 없다. 한국의 정치판이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오르지 않는 것은 그 정당의 정책과 시책이 국민의 생각과 다르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10%대 지지율은 호남지역 주민 지지마저 제대로 얻지 못한 수치다. 이러한 정당이 살아남는 건 기적이다. 민주당이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 여러 나라처럼 반대할건 반대하고 지지할건 지지하는 건전 야당으로 탈바꿈할 때 한나라당 이상의 국민지지를 받을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한국의 정치가 성장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해 부응만 한다면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어한다. 물론 한국의 정치판을 선진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과 책임이 야당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라는 주문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몫이다.
그런데도 야당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히는 건 때와 장소와 상황의 구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은 10년전 IMF때보다 훨씬 악화된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판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런티어타임스 이원창 주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