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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9-06 13: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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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싸늘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직 사퇴 거부 의사를 재차 밝힌 가운데, 곽 교육감에 대한 좌파진영의 지원사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곽 교육감을 두둔하는 좌익 네티즌들의 낯 뜨거운 글들로 연일 도배되고 있다. 한편 좌익 정치인들은 ‘무죄추정 원칙’을 주장하며 그를 비호하는 데 합세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9월1일 곽노현 교육감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가 없는데,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당장 정국에 부담이 된다고, 상황에 부담이 된다고 사퇴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판단하는 큰 법원칙이 있다. 헌법상의 원칙이다.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유죄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곽 교육감은 2억을 준 사실을 시인하며 동기가 다르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 대가가 아니라고 밝혔다. 밝힌 내용을 믿는 분도 있고 못 믿겠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어떤 입장을 가지든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될 것이고, 유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무죄로 추정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지난 8월29일 “곽 교육감이 지금은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그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곽노현 교육감이 사실관계를 밝힌 상황에서 그것이 법적으로 벌을 받아야 하는 일이었는지 판가름 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반성적 고려 삼아 검찰과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가 사라진 줄 알았다”며 “검찰과 언론의 형사소송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무죄추정 원칙이란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라고 판정된 자만이 범죄인이라 불려야 하며, 단지 피의자·피고인이 된 것만으로는 아직 범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한국의 헌법 제27조 4항에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노무현, 수사 받는 피의자에 ‘생방송 인격살인’으로 자살 유발

그렇다면 문재인 이사장, 유시민 대표와 최재천 전 의원이 몸담았던 노무현 정권에서는 어땠을까. 친노좌익 인사들의 주장을 감안하면 참여정부 하에서는 무죄추정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 방지라는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졌어야 한다.

그러나 진실은 다르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피의사실을 공표 및 확대하고,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망신 준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의 별 볼 일 없는 노인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공개적으로 모멸감을 안겨준 바 있다. 당시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이날 자택에서 부인과 함께 TV를 본 남 전 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한강에 투신자살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자신이 자살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고인의 유족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남 전 사장의 유족들은 “남 전 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를 상대로 대우건설 연임 청탁을 하거나 그 대가로 돈을 준 적이 없고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간 사실도 없다”며 지난 2008년 12월19일 노 전 대통령을 고소했으나 피고인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이 사건 역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혐의 처분 받은 야당 대선후보에 ‘사퇴하라’ 몰아세우던 민주당

이보다 더 노골적인 ‘무죄추정 원칙 무시’ 사례도 있다. 2007년 12월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어댔다.

이 과정에서 당시 BBK 논란의 장본인인 김경준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귀국했고, 검찰은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수사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 이전인 2007년 10월 국정감사에서부터 이명박 후보에 대한 미확인 의혹들을 쏟아냈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후에도 좌익진영의 공세는 대선 하루 전날까지 이어졌다. 특히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그해 12월17일 유세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 중 문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대선 후보들이 5자회동을 열어 이명박 후보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좌익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의 사퇴를 적극 만류하고 있는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무혐의라는 검찰 수사 결과마저 무시한 채 상대 후보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일방적인 정치공세였다. 그러나 문재인 이사장, 유시민 대표 및 최재천 전 의원 등이 당시 ‘무죄추정 원칙’을 언급하며 좌익진영의 공세를 저지한 사실은 없다.

-무죄추정 원칙, 좌익만의 특권?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좌익세력은 지금까지도 BBK 의혹을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BBK 의혹 연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건 2000년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시작해 2007년 검찰 수사, 2008년 초 특검까지 모두 3번째다. 현재 좌익인사들이 곽노현을 두둔하기 위해 내세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BBK 의혹과 관련해 무죄다.

여기에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하의 검찰로부터 3번의 수사를 받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곽노현 교육감을 두둔하기 위해 무죄추정 원칙을 따지기 좋아하는 좌익진영으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과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해서는 안 되는 입장인 것이다.

특히 곽 교육감의 혐의는 이 대통령의 BBK 연루 의혹에 비해 훨씬 더 짙다. 2억 원을 박명기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곽 교육감 본인이 시인했으며, 박 교수 측이 후보단일화의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진술 또한 검찰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좌익진영이 허점투성이 논리로 곽노현 교육감을 감싼다면, 그들은 “무죄추정 원칙은 곽노현과 같은 좌익인사에게만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뉴스파인더 김주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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