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교수, 그 입 좀 다물라!”
- 주마간산식으로 현장 힐끗 보고 4대강 근거 없는 트집
독일인 베른하르트 교수가 얼마전 한국에 와 4대강 이야기를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지난 세기의 하천수리학이다”, “생태적 관심이나 필요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프로젝트다” “강을 직선화하고 사다리꼴로 준설하면 강 유속이 빨라져 홍수 위험이 증가한다” “하천을 뒤로 물리고 홍수터를 만들어야 한다” 등 여러 주장을 쏟아냈다.
필자는 내심 환경단체가 세계적인 전문가라고 소개한 만큼 어떤 지적을 할까 궁금하고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지적은 실망스럽게도 건설적인 지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심지어 한국 전문가에 대한 모독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그가 돌아간 뒤 지금까지도 그가 발언한 내용들이 각종 인터넷게시판은 물론 유튜브에까지 계속 옮겨 전해지고 있어 그 주장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
베른하르트 교수의 여러 발언 중 제방을 뒤로 물리고 홍수터를 만들자는 지적이 우선 눈에 띈다. 듣기에 이보다 좋은 이야기는 없다. 하천을 넓게 펼쳐놓고 사람들은 하천근처에서 살지 않으면 아예 치수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편안하겠는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유치하고 무책임한 얘기가 없다. 말로 뱉기야 쉽겠지만 우리나라처럼 비좁은 국토에서 제방을 물리고 하천구역을 넓힌다는 것이 실제로 쉬운 일인가?
거대한 대륙 미국의 미시시피강도 벌판만 지나는 게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흐른다. 지난 5월 미시시피강에 홍수가 덮쳤을 때 뉴올리언즈 등 대도시가 잠기도록 놔두느냐, 물길을 돌려 도시를 구하고 인구가 적은 농촌을 희생시키냐 고민하다 농촌으로 물길을 터 대규모 재앙을 막은 적이 있다.
이런 ‘악마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강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살기 때문이다. 강과 사람이 지근거리에서 붙어 있고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땅을 사서 홍수터를 늘리기는커녕 하천에 꽉꽉 들어차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하던 비닐하우스조차 수 십년째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오염과 쓰레기에 몸살을 앓는 하천을 청소하고 비닐하우스가 들어찬 국가하천 고수부지를 자연으로 돌려주는 일도 4대강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 비좁은 국토와 어려운 여건에서 홍수터 확보도 나름 노력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화순과 담양에는 홍수조절지를 만들고, 영월, 여주, 나주에는 강변 저류지를 만들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고심하여 경제적으로, 수리학적으로 가능한 입지를 찾은 것이다.
아무런 책임이 없는 환경단체와, 그들이 데려온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상적인 주장을 쉽게 얘기할 때 한국의 전문가들은 묵묵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현실성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에선 80년대부터 준설을 하지 않는다”, “지난 세기의 관리방법”이라고도 했다. 준설을 하면 통수 능력이 제고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강을 직선으로 펴서 ‘물의 고속도로’를 만든다면 다른 문제가 생길지 몰라도 기존 강 모양을 그대로 두고 준설을 했다고 홍수가 증가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틀린 말이다.
4대강은 건설자재용 모래 채취를 제외하고는 수십년간 준설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강바닥이 높아진 바람에 홍수 시에 수위가 금세 높아져 지류의 물이 본류로 잘 빠지지 못해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분석하여 4대강 사업은 모래 채취가 아닌 치수의 목적으로 하천의 형상을 고려해가며 준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4대강의 준설이 유별난 것이 아니다. 많은 국가들이 50년전부터 지금까지 하천은 조금씩 준설을 해왔다. 미국 미시시피강도, 일본 요도가와도 준설을 했다. 준설을 해가면서 홍수가 줄었다는 점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베른하르트 교수의 고국 독일도 2003년 독일과 네덜란드 간 준설토에 관한 협의문에서 볼 수 있듯이 매년 준설을 하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지난 세기’ 운운하기 전에 자기 나라의 하천 사업부터 객관적인 눈으로 봐야 할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생태계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자연하천에 손댄 독일의 강에서는 개발사업 후 34종 중 6종만이 남고 28종이 멸종되는 상황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강종합개발 사업이후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어종이 늘어간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다. 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개발사업(1986년 9월 완공) 이전인 1968년 실시한 한강 생태계 조사에선 어종(魚種)이 53종이이었으나, 개발이 이뤄진 이후인 1987년엔 46종, 1990년 21종, 1994년 39종으로 일시 감소했다가 2000년엔 56종, 2007년엔 71종으로 도리어 더 늘어났다.
한강엔 수중보가 2곳이나 설치돼 있다. 물이 없고 오염됐던 강에 물이 많아지면서 어류가 늘어난 것은 많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바다. 더욱이 한강은 당시 지금 4대강처럼 자연형이 아니라 콘크리트 호안으로 만들어 덜 자연적으로 복원했는데도 그렇다. 눈 앞의 한강은 믿지 못하고 환경단체가 불러온 독일인교수의 말만 듣는다면 우스운 일일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 외에도 얼마 전 또다른 독일 전문가라는 분도 역행침식이다 뭐다하며 4대강 홍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한참 한국 사회를 휘젓고 갔었다. 이들 외국 ‘학자’나, 또 이들을 불러다 마이크를 들이대는 사람들이나 늘 내세우는 논리는 “유럽에선 강 복원한다”, “독일에선 강을 이렇게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과 한국은 지리적인 특성이 매우 다른 나라다. 강수량을 예로 들자. 통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독일은 1년에 600㎜ 정도로 고른 강우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기후에선 우리나라처럼 저수지도 필요 없다. 독일은 지형적으로 대체로 경사가 급하지도 않다. 연중 강수량이 고르게 내리니, 최저 유량과 최고 유량의 비가 1:20에 불과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은 최저최고 비가 1:200~300이고 독일은 1:20, 많아야 1:40배 수준 정도로 강 자체가 서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유량 편차가 30배 정도인 강과 200배 차이가 나는 강을 어떻게 똑같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겠는가?
또 우리나라는 1년중 우기에 내리는 비가 60%를 넘는다. 강우집중도가 매우 심각하다. 특정 시기에 비가 집중되고 그 외 시기엔 가뭄이 들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강에서 어떻게 보를 막지 않고 물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지금이라도 중단하거나, 그게 안 되면 보를 열어 두어야 한다고도 했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남의 나라 프로젝트에 이렇게 단정적으로 결론내리는 것은 아니다. 만일 다른 나라의 하천 정비사업에 대해 필자에게 한마디 해보라고 하면 그렇게 며칠 둘러보고 단언하지 못한다.
지난해 우리 공무원을 포함해 하천관계자들이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복원 당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의 일행이 “한국의 4대강 사업으로 일부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독일 전문가로서 한국이 선택한 방법이 옳은지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 그 전문가는 “모든 강은 각각 특성이 다르다. 연구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게 진정 전문가의 자세다.
남의 나라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경솔하게 말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환경운동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우리나라의 하천 정비 사업을 며칠 둘러보고 전문가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모독하지 말기 바란다.
<김철문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사업지원국장>
<프런티어타임스(www.frontier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