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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8-31 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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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항구로 가야할지 모르면 어떤 바람도 소용없다

최근 TV 광고 중에 남녀학생이 나와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직접 가서 부딪쳐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외국학생들과 경쟁해 보니까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광고가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그렇게 말을 해도 못 알아들었단 말인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우이독경이었단 말인가? 뒤늦은 깨달음을 토로하는 광고를 계속 방영하고 있다는 것은 그 광고가 먹혀들어 간다는 뜻일 게다.

만에 하나라도, 눈으로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은 이 학생들이 요즘의 젊은이들 중에 선각자에 속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암담하고 한심하다.

이 광고를 보다가 “하긴 어린 학생들을 탓해 무엇하랴? 시민들이라고 그리 나을 것 없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 아이들에게도 무상으로 밥을 먹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복지정책에 대한 투표의 투표율은 25.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이고 대책 없는 무상복지는 복지도 아니며, 그저 주인 없는 돈 나눠먹기이고, 도덕적 해이를 만연케 하여 종국에는 나라의 미래를 망쳐 먹을 것이란 점을 몰랐을까? 멀지도 않은 과거에 일어난 외국의 전례들을 얘기하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쏟아 내었음에도 못 알아들었단 말인가? 참으로 실망스런 결과이다.

하긴, 인간이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anard Shaw)는 “인간은 결코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웠다. (We learn from history that man can never learn anything from history.)”라고 했다.

그러니 역사로부터 배운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나서서 미래를 걱정해봐야 목청만 아플 뿐이다. 또, 당장에 자기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했던 사람들, 잘못된 생각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일의 뒷감당은 바른 생각을 가졌던 몇 안 되는사람들의 몫이니 이 사람들만 피곤하게 되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주민투표 이후의 정치권의 작태이다. 민주당이나 서울시의회, 후보단일화 관련 금품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교육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관한 한 처음부터 비겁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었으니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여권도 한심하고 비겁하기로는 모자랄 것이 없다. 주민투표에서 이기지 못한 여권은 이 투표에서도 배운 것이 없는 것같다. 투표가 끝난 후에도 전력을 다하지 않은 자신들의 비겁함을 인정하지 않고 본질은 도외시 한 채 전략적 혼선을 논하고, 득실을 셈하고, 아군끼리 총질하며 마지막까지 이리 저리 눈치 살폈던 부끄러움을 가리려 하고 있다.

가히 자중지란, 지리멸렬이다.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오세훈 끝났다. 볼 일 없어.”라고 핏대 세우고, 마지막까지 적전 분열을 조장하는 듯 했던 남모, 유모의원 등은 “거봐, 내가 뭐랬어?”하는 태도를 보인다.

압권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 둔 친박진영 인사들의 말이다. 박근혜전대표의 보궐선거 지원에는 한 가지 단서가 붙어 있단다. 그 단서란 “보궐선거가 지난 24일 서울시 주민투표처럼 무상급식을 둘러싼 대결구도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멋들어진 말이다.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고,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고, 적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운다.”는 베트남의 전쟁영웅 보 구엔 지압 장군의 3불 전략을 연상시킬 정도로 폼나는 말이다.

“보궐선거가 지난 24일 서울시 주민투표처럼 무상급식을 둘러싼 대결구도가 돼선 안 된다”니? 그러면 무상급식을 둘러 싼 대결구도가 되면 안 싸우겠다는 얘긴가? 내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면 나는 뒷짐 지고 있을 테니 니들끼리 알아서 하란 얘긴가? 한심한 얘기다. 아군 맞나? 적군이 아니랄 뿐이지 아군이랄 수도 없다.

보 구엔 지압 장군의 군대는 거의 게릴라에 수준이었기에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3불 전략이다. 정의와 대의를 위해 싸우는 어떤 정규군도 게릴라처럼 요리 조리 도망만 다니며 구명도생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확립을 추구하는 보수우파가 게릴라처럼 이리 숨고 저리 도망 다니며 연명이나 해야 할 정도인가? 최대계파의 수장이 채택한 전략이 겨우 3불 전략인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굳이 지압장군의 전략을 차용하고 싶다면 그의 이런 말도 알아야 한다. “전쟁을 시작하면 끝까지 싸우고 반드시 이긴다는 마음이 없다면 다른 전략은 무용지물이다"라는 말이다.

셈 놓고 산 놓고 이리 저리 견주고 계산하며 머리 쓰는 정치인들을 보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한두 번 전투에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대의와 명분, 모두가 공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뚜렷이 제시하고 그 길로 정정당당하게 국민을 이끌고 가는 그런 정치인을 보고 싶다.

잔머리 굴리고 이해득실 따지고 계파 머릿수 늘이는데 골몰하는 그런 리더는 필요 없다. 비겁한 자들과 싸운다고 자진해서 비겁해지고도 부끄러움마저 느끼지 못하는 리더는 필요 없다. 그런 자 들에게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국민들도 이젠 지쳤다.

“어느 항구로 가야할지 모르면 어떤 바람도 소용없다. (When a man does not know what harbor he is heading for, no wind is the right wind.)”이것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 정치가, 사상가인 루시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가 한 말이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기치를 높이 들고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국민의 앞에 서서 “나를 따르라”고 피를 토하는 지도자의 출현을 학수고대한다.

<프런티어타임스/www.frontiertimes.co.kr/ohara 프런티어 기고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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