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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7-22 09: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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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대교 유채꽃밭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 [출처:블러그 4대강살리기]
강의 논쟁

애기쑥이 피어나는 영산강 언덕길엔 4대강 사업이 한창이었다. 나는 지난 일요일 영산강에서 개발과 방치라는 두 개의 논쟁을 보았다. 강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환경보전인가, 아니면 개발을 통해 바꾸어 주는 것이 환경을 보전하는 일인가 라는 논쟁이었다.

영산강으로 흐르는 황룡강 둔치에서 나는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강 왼쪽은 이미 사업이 진행되어 정비되고 있었다. 콘크리트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져 강물이 흐르는 곳과 그 곁에 사람들이 노닐 수 있는 넓은 둔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엔 높은 둑길이 조성되고 있었다.

반면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오른쪽은 수많은 잡초와 작은 버드나무가 서로 얽혀져 늪을 이루고 있었다. 그곳엔 홍수 때 떠밀려 온 쓰레기들이 쌓여져 있었다. 하얀 스티로폴 박스며 검은 비닐봉지 등이 쌓여진 그곳은 검은 물을 토해내며 썩어가는 곳이었고,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나는 그 현장을 목격하며 두 개의 논쟁에 결론을 지었다.
'저건 환경보전이 아니라 무책임한 방치다.'

거기엔 물이 흐르지 않는 작은 늪들이 수초와 잡초더미에 막혀 곳곳에 있었다. 한마디로 썩어가는 웅덩이들이었다. 하상(河床)은 높아서 물은 가두어지지 않고, 수심이 낮아서 큰 물고기들도 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以前) 나는 4대강 개발 논쟁이 한창이던 때, 장흥에서 감동적인 풍경을 보았다. 전남 장흥엔 해마다 물축제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높은 산도 없는 작은 고을에 무슨 물이 있어서 물축제까지 벌이느냐는 말을 듣지만, 그러나 그곳은 물이 풍부하였다. 탐진댐이 있고, 장흥읍을 가로 흘러가는 탐진천은 탐진댐에서 일정하게 흘러보내는 물을 여러 단계의 보(洑)로 가두어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洑)에는 곳곳에 어도(魚道)가 설치되어 많은 물고기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물의 분수와 음악이 흐르는 강변, 노오란 해바라기숲. 장흥은 아름답다 못해 경탄스러운 곳이었다. 가뭄과 홍수를 잊고 쉬임없이 일정한 수량으로 흐르는 강물, 쉬지 않고 흐르기에 물은 매우 맑았다.

이 물은 흘러서 강진만으로 흘러든다. 흘러가서 바다를 채우며 조개를 키우고 각종 물고기를 기른다. 강진만은 오염이 없기로 유명한 바다다. 크기가 아기주먹만한 명품 바지락이 나오는 곳이다. 역시 끊임없이 흐르는 맑은 강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국토에 강은 원시의 상태로 머물러 있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아니 어쩌면 우리의 강은 아직도 오랜 옛 꿈속에 존재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아직도 굽이굽이 흘러가는 사행천(蛇行川)과 물안개 오르는 강가에서 낚시질 하는 어부의 풍경을 연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폭의 동양화에서 연상되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강은 우리의 오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그 강은 아름다운 정서가 샘물처럼 흘러나와 음악과 그림과 시를 생산하던 곳이었다. 우리는 그 강의 젖줄에 목을 대고 살아왔고, 역사는 강을 배경으로 피어났다. 영산강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갖 산업쓰레기들이며 생활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이 우리의 강이다. 지금은 오염의 시대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강을 죽음으로부터 살려내야 한다는,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강은 우리의 손으로 살아나야 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100년을 가도 썩지 않는 산업 쓰레기는 자연이 수용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높아진 하상(河床)의 진흙과 모래를 물고기들이 치우며 살지 못한다. 결국 우리의 손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일요일 낮. 나는 황룡강 둑길을 거닐며 개발과 방치라는 두 개의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정재학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사무총장, 전추연 공동대표, 시인, IPF 국제방송편집위원, 데일리안 편집위원, 인사이드 월드 논설위원, 전남자유교조 고문, 자유지성300인회 회원)

<정재학 프런티어타임스 기고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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