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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7-18 1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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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강성대국 완성의 해를 맞아 100만톤을 비축 중인 것으로 전해진 북한이 주민들로부터 쌀을 반강제적으로 뺏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대째 세습되는 정권유지와 국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여러가지 정치적 속셈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가 인도적 차원의 북한 쌀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쌀이 지원될 경우, 북한이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만큼 주민이 아닌 군과 특권계층에게만 전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MBC가 일본의 북한관련 언론단체인 ‘아시아 프레스’의 촬영영상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군인들이 먹을 건 없는데 시장에는 상당한 물량이 유통되고 있어 북한당국이 상인들을 상대로 군량미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에서 시장 한 편의 게시판에는 군대 간 아들과 남편을 위해 군자금과 군량미를 냈다는 상인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한 여성 시장관리인은 상인들에게 “야! 군량미 걷는 것 몰라? 처음 듣는다고? 처음 듣는다는 게 말이 되니?”라며 자릿세 받듯 군량미 헌납을 독촉한다.

실제로 시장에는 쌀과 밀가루, 옥수수는 물론 반찬과 간식거리도 풍성하게 놓여 있다. 시장마다 손님들로 붐비고, 상인들은 화장까지 한 밝은 표정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북한군 간부 후보생은 부대원 절반이 영양실조라면서 배고픔을 호소한다. 후보생은 “흉측해서 말을 못하겠습니다. 강냉이밥이라도 온전히 먹으면... 강냉이밥도 제 양만 주면 좀 낫죠. 조금 있으면 더 합니다. 감자 철 되면 알 감자만 먹고 사는데 일곱 알씩”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경찰이 버스 승객 신분증을 검사하면서 은근히 뇌물을 요구하는 부분도 있다. 경찰은 “지원 사업도 좀 하면서 다니지”라고 묻자 주민은 “군량미를 많이 내고 있다”며 빠져나갔다. 경찰은 “아주머니가 군량미를 내는데, 내 입에는 안 들어오네”라며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과거 북한군 일부 간부들이 헌납된 군량미를 상당량 빼돌려 장마당에서 되팔고 있다는 보도를 뒷받침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주민들로부터 갹출한 군량미가 특권계층의 배불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빼돌린 군량미는 시장에 나돌고 있으며 2012년 잔칫상을 위한 군량미 비축 감안하더라도 특권계층을 제외한 북한당국의 배급에만 의존하는 이들까지 식량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곧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 주민에게 지원되는 식량이 군 부대의 군량미를 메우기 위해 전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MBC는 “선군정치를 내세운 북한에서 군인들 식량을 시장에서 뺏다시피 조달해야 하는 현실은 북한 정권의 통제력이 무너졌다는 증거로 해석된다”고도 보도했다.

또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군량미를 거둬들이는 것을 숨기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KBS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평양에서는 10만 명이 동원된 대규모 대남 규탄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텔레비전에서는 나오지 않은 대목을 보도했다.

라디오에서는 “(농업근로자들은) 우리 군대에게 더 많은 군량미를 보내주기 위한 투쟁에 한 몸 바쳐 나가겠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북한의 군대가 농민들로부터 군량미를 각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북한의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 TV는 ‘군량미’ 부분을 삭제하고 보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량미를 걷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식량지원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전 세계를 향해 식량 원조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는 당장의 식량 상태에 기인한 게 아니라 내년(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목적이 좀 더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북한당국이 전시비축식량으로 정규군의 경우 30만t, 예비병력과 일반인 등의 전쟁수행을 위해 70만t 등 모두 100만t의 전시 군량미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북한은 식량만이 아니며, 군 보관시설에만 150만t의 전시용 유류를 비축하고 있고, 탄약도 170만t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는 정규군에게 500일간 전쟁지속 능력을 제공하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의 이 같은 언급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지난해 9월 의원총회에서 “북한 군량미 비축 규모가 100만t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윤 의원은 “북한의 지난해 곡물생산량이 511만t으로 예년보다 늘었음에도 식량을 모으는 이유는 내년 4월 김일성 100주년 생일에 맞춰 예정된 3대 세습을 위해 ‘특별 식량배급 이벤트’를 벌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 매체에 ‘北 정권 배불리는 식량지원은 안된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우리의 인도적 지원이 김정일 정권의 권력 유지와 후계세습에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배급제를 통해 우리의 지원을 재분배해 취약계층의 배를 불릴 수 있다면 식량 지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1996년 말 식량배급을 중앙배급제에서 자력조달제로 전환한 이래 북한의 취약계층은 이미 배급제에서 소외돼 왔다. 식량 배급은 사실상 북한 정권에 충성하는 소위 ‘체제보위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치품과 무기를 수입하고 무기개발에 외화를 낭비하면서도 식량은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고 “국제사회에 처참한 기아 상황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 정권안정에 필요한 식량을 구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한나라당에서는 이같은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파악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장기간 계류돼 있다.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북한인권법에 찬성하고 있으며 오는 8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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