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fnart SPACE 강남시대_재개관 기념 박선기전 ‘studio part 1’
- 등록자 : fncast /등록일 : 2011-07-09
[미술] fnart SPACE 강남시대_재개관 기념 박선기전 ‘studio part 1’
작가의 삶은 어떤 것일까. 작품 하나로 대변되고 평가되는 것이 작가의 속성이기에 그 이면의 치열한 삶은 작가를 한시도 쉴 수 없게 만든다.
'매다는 한국인(Suspended Korean)'으로 유명한 조각가 박선기에게 예술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이자 아트디렉터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박선기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그의 작업실과 전시회가 한창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fnart 스페이스를 오가며 만났다.
검은 숯덩이와 흰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박선기. 그의 작업실 한쪽에 놓인 일정표에는 국내외 전시일정, 전국 각지로 팔려나갈 그의 작품 설치일정 그리고 해외에 설치될 작품 일정까지 빼곡히 차 있다. 예술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날부터 박선기는 이 일정표처럼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1966년 경북 선산 출신인 그는 '깡촌'에서 나고 자랐다. 한없이 평화로울 것만 같은 시골마을의 한 소년은 중학교 선배들의 회유에 미술부에 들어갔고 그 길로 작가가 되었다. 그렇게 미술에 매료돼 1984년 중앙대 조소과에 입학한다. "미술에 인생을 걸어보기로 한 거죠. 그때부터 정말 바쁘게 산 것 같아요."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원으로 유학길에 오른 그는 그곳에서 11년을 보냈다. 시작은 밀라노였지만 이내 활동영역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됐다. "한 유명 갤러리에서 저를 알아봐주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유럽 전역으로 넓고 바쁘게 살았죠." 한국에서의 생활을 생각할 틈도 없이 11년은 쏜살같이 흘렀다. "어느 날 가나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자는 연락이 왔어요. 이를 계기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다시 나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경북 선산과 서울 그리고 밀라노를 거쳐 다시 그는 서울에 있다. 하지만 활동은 여전히 글로벌하다.
작가에게 작품은 바로 '나'로부터의 출발이다. 그렇다면 박선기에게 이 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까 그건 '바람'이더라고요." 시골에서 성장한 그에게 가장 친밀한 존재는 바로 자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람, 나무, 숯… 이런 식으로 연상이 되더라고요. 정화의 의미로 우리에게 친숙하기도 하고 정적인 정서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외국에서 꾸준히 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그런 동양적인 정서들이 어필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박선기는 1997년 갤러리 로렌스루빈의 전속작가가 되어 그때부터 이탈리아 베니스,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각지를 넘어 미국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으며 올해는 스위스 바젤아트페어에서, 내년 8월엔 취리히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바람처럼 산다는 게 맞을까. 종횡무진 그의 스케줄엔 빈틈이 없을 정도다. 그의 작품이 이처럼 계속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동양적 정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쓰는 재료는 주로 '숯'. 숯을 나일론 줄에 매달아 건축물을 짓는다. 그의 대표작인 된 'Aggregate(조합체)' 시리즈다. 숯은 금방이라도 부스라질 것 같은 연약한 물질이나 의외로 견고하고 비천하나 에너지를 품고 있다. "이런 작은 숯덩어리가 기둥을 만들기도 하고 건축조형물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들은 실재하지만 허상의 입체물인 셈이죠. 제 작품은 사실 스케일감과 재질이 가지는 특징이 중요한 요소예요. 사진과 도판에서는 그 생동감이 전달되지 않죠. 평면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한창 전시회를 열고 있으면서 다음 전시를 준비하러 바쁘게 출국하는 그는 마치 '바람' 같다. 그를 쉴 새 없이 활동하게 하는 것도 어쩌면 어린 시절 그를 품었던 바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지. 지금도 그의 작품은 건축 안의 건축이 되고 공간을 재탄생시키며 서울에서 전국으로 한국에서 세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건 그가 현재만큼이나 치열하게 내일을 구상 중이기 때문이다. fnart 스페이스 재개관전으로 마련된 'studio part 1'전은 오는 8월 27일까지 계속된다. (02)725-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