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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7-05 0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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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는 작년 ‘홍준표 공식’이 깨졌다.

한나라당 7.4전당대회 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은 주류와 비주류를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 홍준표(57)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황우여 원내대표에 이어 핵심 지도부를 모두 비주류가 장악하게 된 것이다.

홍 신임 대표는 그간 일부 언론이 범친이계로 분류했지만 특별한 계파활동이 없는데다 독특한 성향의 컬러 때문에 중립 비주류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간 주인행세를 해 온 친이계는 최근 ‘구주류’라는 언론의 표현을 못마땅해 했지만 이제 ‘진짜’ 구주류가 되어버렸다.

홍 대표의 당선은 한나라당으로썬 혁명에 가까운 의미를 지닌다. 우선 나이로만 봐도 52세에 당 대표가 된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대표가 됐다.

그간의 정계활동을 보면 왜 ‘혁명’인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홍 대표는 지난 1992년 YS정부 당시 정계에 입문한 이래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주류에 서 본 적이 없는 ‘만년 비주류’였다. 특정 계파 활동을 하지도, 자기계파를 만들지도 않았다. 자기정치만 했다.

각종 사찰에도 굴복하지 않고 정부와 자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친이 친박 등 계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 시절인 2005년에는 혁신위원장으로 당 개혁을 주도했다. 이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도 한 차례씩 지냈지만, 여전히 그의 입지는 좁았다.

일각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지적도 많았다. 워낙 소신이 강했기 때문에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과 대립했던 적도 많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의 이런 스타일이 장점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으로, 야당 시절엔 대여 투쟁을, 여당 시절엔 대야 투쟁에 앞장서 온 그다. 이회창 총재 시절 이른바 병풍, 세풍, 안풍, 총풍을 일선에서 막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불어 닥칠 야당의 파상공세를 막고 대선후보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기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내년에는 20년에 한번씩 오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다. 총선에서 패한다면 대선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그가 늘 강조하던 ‘전사’ 역할을 톡톡히 해 낼지가 관심사다.

홍 대표가 이번 경선을 통해 국민들과 당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단순히 이 때문만은 아니다. “돈과 여자로부터 자유롭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그의 도덕성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총선 공천에 있어서만큼은 공정하게 행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 대표가 생각하는 공천의 가장 첫 번째 기준은 도덕성이고, 두 번째는 당선 가능성이다. 어떤 계파에 속했다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내가 같이 (공천심사를) 해봐서 아는데 홍 의원이 공천 하나는 제대로 할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당의 수장으로서 고칠 점도 많다. 인지도는 높지만 그만큼 안티도 많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의 언행이 때론 주변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줄 때도 있지만, 그만큼 반감을 사는 탓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기조에 있어선 친서민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특위위원장을 지낸 홍 대표는 서민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신속기동군체제’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보수정체성을 지키되, ‘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당을 끌고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에 따라 뜨거운 논쟁이 붙었던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의 여부가 관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당직자는 홍 대표를 두고 “합리적 보수”라고 했다.

개성 강한 그의 성격만큼, 당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우선적으로는 인사를 포함한 당직개편이 그의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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