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1-06-18 09:27:54
기사수정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인 여의포럼이 17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창립 3주년 기념 토론회를 갖고 정권재창출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한나라당’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봉·손숙미·최경희·김옥이·박영아·최구식·김태환·박종근·김충환·정해걸·이경재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친이 직계로 알려진 김영우 의원과 쇄신파로 분류되는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자료집의 축사 명단에 이름을 올려 참석이 예상됐던 박근혜 전 대표는 결국 불참했다.

간사를 맡고 있는 유기준 의원은 인사말에서 “여의포럼은 지난 3년 간 50여 차례의 모임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70개의 주제로 38차례의 세미나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면서 “최근 사법개혁과 한나라당 쇄신 등 시의적절한 주제로 공부모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보수 정권재창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한나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1997년 이회창 모델로 가고 있어”

‘한나라당 재집권,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정치학 교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쇄신은 없고 자기 살 길만 찾고 있다”며 “마지막 기회인 전당대회조차 무책임하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97년 이회창 모델과 2002년 노무현 모델의 갈림길에서 진보는 문재인 대망론이 급부상하는 등 노무현 모델로 가고 있는데 보수는 이회창 모델로 가고 있다”면서 “보수는 야권처럼 연대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서도 ‘거품’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 대선에서 대세론이 끝까지 유효했던 적은 없었다”면서 “박근혜 지지율의 20~25%는 거품이기 때문에 야권이 통합되면 그 거품은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검증의 산 ▲아버지의 산 ▲이명박 대통령의 산 ▲연대의 산 ▲여성의 산 ▲소통의 산 등 6개의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야당 후보로 누가 나와도 된다’는 대세론 ▲‘진보가 무능해 보수층이 늘 수 밖에 없다’는 보수강화론 ▲‘내년 대선 경선이 끝나면 한나라당은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는 당 화합 ▲‘총선에 지더라도 대선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총선 전략이 곧 대선 전략이다. 분당을이 민주당에 넘어간 위기상황에서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선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라며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를 뽑은 뒤 박 전 대표, 정몽준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후보가 자주 만나 국가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인 가칭 ‘대한민국 미래회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식 의원은 ‘박근혜 역할론’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많이 (선거에서) 떨어져 봐서 (내년 총선 때문에) 초조하지 않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 이제는 계파 해결도 (주류로 자리 잡은)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나는 한 때는 운동권으로 박정희 대통령과 싸웠지만 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단순한 독재가 아니였고 균형과 분배까지 고려한 개척자형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박효종 교수 “반값등록금, 정치인들의 탐욕에 불과한 포퓰리즘”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이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이라는 두 번째 주제발표를 통해 “보수의 지지받고 집권해놓고 보수를 버린다, 문제만 생기면 보수의 가치를 버리자고 하는 것들은 위선적인 태도다. 보수적 가치에 관한 한 한나라당은 ‘무임승차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교수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내면화하지 않으면서도 보수를 ‘집토끼’라고 하고 기회만 되면 보수의 열매만 따먹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대처 수상을 본받으라고 주문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도 “이런 문제를 한나라당이 만들었다는 게 유감스럽다”며 “그 논의의 시작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값등록금은 교육의 공급자인 대학 측이 내놓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정치논리’로 내놓은 것”이라며 “정당과 정치인들의 탐욕에 불과한 얄팍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고 ‘따뜻한 보수’를 표방한다는 것과 표와 인기를 의식한 전방위 포퓰리즘을 표방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면서 “한나라당 고유의 ‘페르소나’를 만들었더라면 승리를 해도 의미있는 승리가 되고, 패배해도 명예로운 패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한나라당이 새롭게 출발하려면 표를 얻기 위한 전방위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와 대한민국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국민민복의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성민 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60년간 보수를 지탱해 온 학계·기독교·언론·문화·기업·권력기관·정당 등 7개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며 “전력 자체가 약해지는 등 보수 우위가 소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사회를 보수·진보·중도로 나누기 보다는 ‘한나라당만 찍는 사람’ 38%, ‘한나라당을 앞으로 안 찍을 것 같은 사람’ 35%,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 27%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대한민국에서 연대 없이 집권이 가능한 유일한 정당이 한나라당”이라며 “사람 나고 이념 난 것이지, 이념 나고 사람 난 것이 아닌 만큼 보수라는 용어에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성식 의원도 “나는 보수주의자보다 자유민주주의자라는 말을 자주 쓴다”면서 “모든 것을 보수와 진보로 연역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박 대표의 발언에 공감을 표했다.

박 교수의 ‘한국의 보수를 논하다’라는 책을 직접 토론회에 가져 온 그는 “나는 무상급식 동의 안 하지만 등록금은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등록금에 돈이 다 빨려 들어가 내수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박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등록금 문제는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는 기회의 균등이 아니라 역량의 기회균등을 만들어주는 자유민주주의적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우 의원은 “정치권, 당내 일부에서는 국민이 당과 청와대를 분리해 생각해 줄 것이라는 착시 현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국민들은 당청을 모두 하나로 본다”며 “청와대가 잘못할 때 차별화 전략을 세워 총선에서 잘 해보겠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당-청 관계를 ‘애인’ 관계로 비유한 그는 “지역에서 욕을 많이 먹었을 때는 당이 화합하지 못하고 싸울 때와 당과 청와대가 협조 안 되고 삐걱댈 때 였다”면서 “결론적으로 욕을 안 먹는 방법은 당의 화합이다. 계파의 벽을 넘어서는 감동의 드라마 만들지 못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은 힘들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편 여의포럼은 3년 전 총선에서 이른바 ‘공천학살’로 인해 ‘무소속 출마→당선→한나라당 재입당’ 과정을 거친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정책연구모임으로 김영선·김태환·김학송·박대해·박종근·성윤환·안홍준·유기준·유재중·이경재·이인기·이진복·이한성·이해봉·이혜훈·정두언·정해걸·조원진·최구식·허원제·홍사덕 의원 등 21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정두언 의원이 올해 초 모임에 가입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02@newsfinder.co.kr)>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1126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