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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북한 3대세습, 던져선 안 될 질문” 민주노동당과 합당 위해 또 변신 - 정책과 노선에 대해서는 말바꾸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횡설수설
  • 기사등록 2011-06-14 1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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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진보신당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종북문제에 대해 유 대표는 기존 입장을 바꾸며 민주노동당 측에 맞추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6월9일자 인터넷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3대세습에 대해 “적어도 연대협력하는 정치세력 간에는 던져서는 안 될 질문의 형식이라고 생각”이라고 정리했다. 이는 민주노동당과 이정희 대표가 시종일관 북한 3대세습에 침묵하겠다는 입장을 두둔한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 대표는 지난해 9월28일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된 무렵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당대표자회 3대세습 어떻게 보시나요?”라고 네티즌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한 후 “국가의 운명을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생물학적 우연에 맡기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자문자답한 바 있다.

또한 유 대표는 북한의 정권 세습을 기업세습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에 대해서조차 “국가권력의 세습과 기업의 상속은 좀 다르다”며 “기업은 사적 권력이다. 한 기업이 세습 때문에 망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국가권력은 대체가 불가능한 공적 권력”이라며 국가권력 세습에 대해 훨씬 더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이는 현재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지적한 내용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 문제를 ‘좋아’ ‘싫어’의 선호 문제로 바꿔치기한 유시민

그러나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3대세습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 문제로 접근했던 유시민 대표는 이번 인터넷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논점을 슬쩍 바꿔버린다.

“‘너 이거 좋아, 싫어?’라고 묻는다면 그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냐. 국가권력이 유전자를 따라서 내려가는 이것을 좋아할 대한민국 국민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나? 그런 마땅한 문제를 ‘너 좋아?, 싫어?’ 공개적으로 말하라고 하는 것은 수준이 너무 낮은 거다.”

즉 대체 불가능한 국가권력의 세습 문제를 ‘좋아’ ‘싫어’식의 단순 선호 문제로 바꿔낸 것이다. 유 대표 입장에서는 “나는 3대세습이 싫다고 분명히 입장을 표명했지만, 다른 정치세력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자기합리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 대표가 이정희 대표와의 밀월관계 이후 갑작스럽게 3대세습에 대한 입장이 변경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유 대표 스스로 3대세습을 비판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통합 당사자인 유 대표 자신이 아니라 경향신문과 같은 언론에서 3대세습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이외에도 유 대표는 한미FTA에 대해서도 180도 입장을 바꿨다.

“협상 당시 저는 내각의 일원이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FTA 관련 발언한 것은 보건복지 분야에서 대통령을 대리하는 국무위원으로서 그 문제에 임했던 거예요. 그 때 제가 한미FTA와 관련해 받았던 임무, 또 보건 분야 주무장관으로서 전체 협상의 틀에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점을 다 없애버리고 개인 유시민으로서 입장을 요구하면 말을 할 수 없는 거예요. 그거는 장관 그만두고 할 이야기죠. 당시 제가 했던 말, 했던 선택을 다 분리해서 평가하는 것은 매우 난폭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한미FTA에 대한 입장도 바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횡설수설

유시민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FTA에 대해 보건 분야 주무장관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 개인적인 판단은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 대표는 장관을 그만둔 것은 물론 정권 자체가 교체되고 국민참여당이라는 개인정당까지 창당한 이후에도 줄곧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를 찬성해왔다.

유 대표는 2009년 11월23일 ‘풀뿌리 민주주의 희망찾기, 유시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한미FTA 문제에 대해 ‘지속가능한 복지’라는 측면에서 저는 개방형 복지국가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이는 이론적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며 “그런데 단죄하듯 신자유주의 이야기를 꺼내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좌파세력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유 대표의 사상전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세력의 집중적인 비난을 뚫고 한미FTA를 추진한 노 전 대통령에의 평가 자체가 문제가 된다. 유 대표는 인터넷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둘러말했다.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저는 전격 협상을 개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적으로 너무너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그토록 과감하게 또는 무모해 보이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거죠. 정치적 지지층의 반대를 예견하면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뻔히 내다보면서 협상개시 선언을 하고, 비니지스 베이스 위에서 끝까지 협상을 해서 관철한 일련의 과정은 해석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를 예견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올바른 길을 갔다는 것인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파악할 없는 횡설수설 수준 발언이다. 유 대표는 국민참여당을 창당할 때부터 노무현 정신을 승계하겠다는 점을 당헌에 명시해놓았기에 노 전 대통령의 한미FTA 추진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유 대표가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추진하기 위해 바꿔야할 말과 정책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유 대표는 이미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이라크 파병,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개헌 등에서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이정희 대표는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전제로 진보신당과 합의한 20가지 정책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 20가지는 극단적인 좌파 정책으로 유 대표 개인이 저서로 밝힌 가치관과도 크게 어긋난다.

-무상복지, 통상무역 등 유시민 개인 소신 모조리 바꿔야할 판

정책 합의문 8번의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 주치의제도 도입 등 공공의료 확대, 공적인 사회 서비스’, 20번의 ‘한미 FTA, 한EU FTA 반대, 호혜적 공정무역체제 수립에 기여하는 대외통상정책’은 유시민 대표가 평소 주장해온 무상복지 반대론과 개방형 통상무역국가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물론 유 대표는 노무현 정권 구성원으로서의 입장이라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유 대표는 노 정권이 끝난 이후에도 여러 저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반복해왔다. 유 대표의 입장이 변한 것은 4.27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노동당과의 합당론이 나오고부터다. 또한 유 대표 개인적인 판단보다 노 정권에 대한 평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 대표는 늘 어정쩡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유 대표 측이 민주노동당과 합당을 하게 되면 결국 이정희 대표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치어리더 역할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안 그래도 창당과 합당과 탈당을 반복하며 정치적으로 오락가락했던 유 대표가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말을 바꿀지, 국민들은 씁쓸한 마음으로 블랙코미디를 지켜봐야할 판이다.

<뉴스파인더 변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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