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개혁, 부정부패 척결부터 시작해라
- 군 개혁 한다면서 비리 근절한다 안 해. 비양심적 비리 먼저 잡아야
군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시대의 비리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는 것을 보면 군대라는 것이 성역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곤 한다.
송영선 의원이 군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위성단말기(PRC-821k)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위성 휴대전화기보다 가격은 15∼90배 비싸면서도 기술은 10년 전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폭로했다고 한다.
송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군이 사용 중인 휴대용 위성단말기의 가격은 대당 9200만원이 넘는데, 이 단말기의 음성 및 데이터 전송용량은 4.8~19.2kbps로, 시중에 나와 있는 T사의 100만 원짜리 제품(9.6kbps)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나는 이처럼 고가의 군 장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밝힐 능력이 없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위성 휴대전화기보다 훨씬 비싸면서도 기술이 형편없이 낙후되었다면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 밖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위성단말기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니 그런가보다 하며 접어두더라도 군대비리가 여전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가 따로 있다.
나는 66년 6월에 입대하여 동년 9월 초에 포항 사단에 배치됐었다. 당시 하루 세끼니 밥은 주는데, 그 양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적어서 굶어죽는 줄 알았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대부분 병사들은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철조만 사이로 피복을 팔아 떡으로 바꿔 먹고는 그 추운 포항의 겨울바람에 얼어 죽지 않을 만큼 고생들을 했었다.
아무리 나라가 가난했기로 병사들이 굶어죽을 만큼 식량을 지급했을까?
그 해답을 뒤늦게 결혼한 후 알게 되는 계기가 찾아왔었다. 퇴계원이라는 곳에서 골방하나를 전세 내어 살게 되었는데, 그 집 주인이 육군 상사였었다. 인근 군부대 일종계 책임자라던가. 그야말로 쇠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닭고기에 각종 부식들을 넘쳐날 만큼 집으로 가져오더라는 거다. 과연 그 부식들을 집으로 가져오는 건 그 상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을까?
내가 군대 생활을 할 때에도 무슨 명졀 날이면 소를 잡았네, 소문은 무성한데 정작 우리 병사들 국에는 소가 장화신고 지나갔는지 국물냄새만 슬쩍 풍길 뿐, 고기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그 소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하긴, 내 주위에도 군에 입대하여 전방 연대에서 일종계를 본 친구가 있는데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쌀과 부식을 팔아 용돈으로 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체 졸병까지 이 모양이었으니 힘없는 애꿎은 소총소대 병사들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쎄, 지난 60년대에 비해 나라 경제가 좋아져서 지금은 그만큼 지급되는 주식과 부식이 넉넉해서 그처럼 날치기를 함에도 병사들이 굶주리지는 않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정말 몰라서 방치하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있다. 만일 병사들의 주식과 부식을 빼돌리려면 담당자들로만 가능치 않다는 점이다.
누가 알겠는가. 보안대, 헌병대 등등, 폭넓게 이 같은 부정비리에 동참하고 있을지.
그뿐만이 아니다. 군 장교들의 진급에 뇌물이 판을 친다는 소문도 적지 않다. 물론 뇌물이 판을 친다는 증거는 내게 없다. 그러나 과거 하나회 장교가 아니면 장군 되기 힘들었다는 말도 있었듯이 뇌물과 줄서기 등등의 부조리가 만연되어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만일 뇌물, 줄서기 등등에 의해 진급서열이 결정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계급이 높을수록 국가와 국민을 목숨 걸고 지키는 군인정신 대신, 정치적 술수가 뛰어난 자들이 득세한다는 말일 거라 생각한다.
어느 사회, 어느 분야나 부정과 비리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문제가 아닐까. 병사들의 식량까지 날치기 하는 자들이 무슨 짓인들 못하겠냐만 우리 군의 역사는 어찌하여 건국 직후나 지금이나 이리도 비리의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 군대개혁을 한다고 난리들이다. 그러나 이런 비리를 근절시키겠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다. 아무리 개혁을 한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국방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낭비요인과 병사들의 부식까지 갈취하는 비양심적인 비리 따위를 잡지 않고 국방개혁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진다는 거다.
그나마 요즘 군인들은 우리 때처럼 굶지는 않는다니 다행이라 할 것인가. - 해당 글은 shinwolf 님이 작성한 토론방 글로 본지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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