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50주년으로 또 갈라진 좌우언론진영, 박정희에게서 진정 못 벗어난 건 누구?
- 국민 인식 인정 못하며 자신들 ‘희망’ 담은 칼럼만 내보낸 좌파 언론
5.16 반세기를 맞아 언론은 한 주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는 각종 특집기사와 칼럼 등을 쏟아냈다. 박정희 재조명은 개발경제의 아젠다가 쇠퇴하고 복지경제의 아젠다가 부상하는 현 시점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박정희를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성은 완전히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5.16을 통한 산업화가 오늘의 대한민국 기초를 닦았다는 ‘혁명’의 관점과 민주주의 지체현상을 낳은 반동의 ‘쿠데타’일뿐이라는 시각차는 언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또 다시 극명하게 대조되고 말았다.
조선일보는 5.16 50주년 특집으로 5.16의 또 다른 주역인 김종필 전 총리 인터뷰기사를 내보냈다. 3차례로 나눠 실린 이 기사에서 김 전 총리는 좌익으로 의심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오해가 풀린 계기, 이집트 혁명(1923), 터키의 케말 파샤의 혁명을 참고했던 점, 5.16을 결심하기까지 비장했던 각오, 당시 박정희 소장과의 교감과 거사를 둘러싼 급박한 국내외적 상황, 오늘의 소회 등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풀어놨다.
김 전 총리는 5.16에 대해 혁명이냐 쿠데타냐란 질문을 받자 “학자들은 쿠데타는 같은 세력끼리 뒤엎는 것이고, 레볼루션(혁명)은 밑에 있는 세력이 위를 뒤엎는 것이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5.16을 폄하하기 위해 쿠데타라고 하는데 나는 그때도 그랬어요, 쿠데타건 레볼루션이건 우리나라를 근원적으로 변혁하고 발전시켰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가장 폭넓은 기획 준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외에도 5.16 50주년 기획 기사를 타 언론사보다 다각도로 심도 있게 다뤘다. 긍정적인 조명과 더불어 우리 국민 일각의 부정적인 인식도 조명했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5.16을 쿠데타로 인정하면서도 5.16을 통한 산업화는 한국인의 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고 그 이후 한 세대를 이끈 근대화 혁명이라 평가한 인터뷰, 반대로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부국강병을 실현했으나 사회양극화와 인권탄압 등의 과오를 저지르며 민주주의의 맥을 끊은 사건이라 평가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의 연합뉴스 기사 등을 연이어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또 박정희 체제에 대한 현 정권 지지자의 시각, 미래권력인 차기 주자들의 박정희 평가 등 여론조사 결과도 보도했다. 그리고 박정희 체제가 남긴 유산에 대해 세대별 평가결과도 내놨다.
이에 따르면 20대들은 박정희 체제의 유산 중 경제성장을 새마을정신(19.5%) 위인 1순위(55.7%)로 꼽았고, 반대로 60대 이상에선 새마을정신(53.7%)이 경제 성장(30.2%)보다 크게 높았다.
이 외에도 ‘모호해진 보수·진보…이념 상관없이 모두 경제·외교 긍정 평가’ ‘“국가발전에 긍정적” 83%…“민주화에 부정적” 56%’ ‘박정희 평가, 지역差 보다 세대差가 더 크다’ ‘“좌파는 사회모순에 집착, 우파는 독재비판 소홀… 균형감 찾아야”’ 등의 다양한 심층기획기사를 한 주간에 걸쳐 보도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만섭 前국회의장이 말하는 ‘5.16과 박정희-5.16 옹호 않지만 불가피한 측면 구국 신념 잇고 억압문화 끊어야”’ ‘임채정 前국회의장이 말하는 ‘5.16과 박정희-대학생이었던 임채정 前의장-4.19혁명 1년 만에 ‘민주 싹’ 잘라 경제발전만으로 정당성 부여 안돼”’ ‘[이철승의 현대사 증언-5.16 50년]‘40대 3각 라이벌’ YS-DJ’ ‘[이철승의 현대사 증언-5.16 50년]5.16 전후’ ‘[이철승의 현대사 증언-5.16 50년]이철승 前신민당대표 회고록서 현대사 증언’ 등의 기획기사를 내놨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5.16을 객관적으로 조명해보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시도였다.
중앙일보는 5.16 특집 기사로 ‘[5·16 50년] 50년 전 ‘그 날의 주역’ 그들은 지금 …’ ‘나를 바꾼 박정희’, 그리고 박정희 전문가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대담을 진행한 중앙선데이 기사 등을 게재했다.
-경향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향수에 젖은 이들을 깨워야”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과 칼럼으로 5.16 재조명 자체에 못마땅해 했다. ‘5.16 쿠데타 50년, 아직도 박정희에 머물고 있다’란 사설에서는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 이후 폭압기구를 확대해 시민적 권리의 박탈, 노동 통제, 반인권적 탄압을 했고, 그 결과 세계 최저 임금, 세계 최장 시간 노동, 세계 최대 산업재해의 나라로 만들었다”며 “그런데 5.16 쿠데타가 한국인의 번영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고 하는 이상한 논리가 유행병처럼 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박정희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박정희 이후’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의원을 비판적으로 거론한 뒤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향수에 젖은 이들을 깨우고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개혁·진보세력이)실현 가능한 대안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의 ‘불안한 보수의 ‘박정희 되살리기’’란 시론도 게재했다. 정 교수는 글을 통해 우파매체들에서 박정희를 긍정 평가하는데 새로운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는 반면, 오히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여론조사가 높은 것은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이 약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보수의 딜레마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항상 내세워왔던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일반 시민들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질 때 그들의 기득권과 정당성 역시 약화될 것”이라며 “보수세력의 불안은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잊혀질 수도 있다는 바로 이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민주화와 민주개혁, 복지와 남북평화통일의 거대한 흐름이 분단·반공개발을 넘어설 때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은 ‘“박정희가 키운” <중앙> 김진, 무식하면 입 다물라’, 오마이뉴스는 ‘<중앙> 김진 위원은 ‘박정희교 신도’인가?’, 미디어스는 ‘그들만의 현대사, 조선·중앙만의 5.16’ 등 보도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렬한 증오심을 드러냈다.
-박정희 인정 못할수록 ‘박정희 허들’은 점점 더 높아져
16일 한국정당학회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기획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국민 82.6%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주노동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53.5%,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76.5%도 박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2005년 국민일보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2년을 맞아 월드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81.9%가 박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록이 있다는 점이다.
정해구 교수의 주장과 달리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진다고 해서 국민이 박정희란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는 증거다.
한편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소장으로 있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역대 전·현직 대통령 중 국민들의 재지지 의사가 가장 높은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경우 응답자의 57.5%가 “다시 뽑겠다”고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47.4%, 김대중 전 대통령이 39.3%로 그 뒤를 이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박 전 대통령을 냉정히 평가하지 못하고 비난과 저주만으로 일관하는 통에 좌파진영 내에서 박 전 대통령이라는 허들은 점점 높아만 가는 형국에 가깝다는 것이다. 박정희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좌파진영이란 해석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