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단식농성, 정치적 책임 대신할 수 없어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한 정치인들의 저항도 조금씩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충청권으로 선정 발표한 이후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인사들이 하나 둘 농성을 풀고 있다.
과학벨트 호남유치를 주장해 온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불공정한 심사를 했다며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가 20일 농성을 풀었다. 단식 5일 만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닷새 간 단식을 하며 언론을 통해 위법.부당한 권력의 횡포를 국민여러분께 충분히 알렸다”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단식을 중단하는 대신 “앞으로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한 과학벨트 진상규명위원회에 적극 참여하여 국민적 의혹해소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경북지역 유치에 힘써 온 김관용 경북지사도 지난 13일 단식에 들어갔는데, 5일 만인 17일 피로누적으로 입원하면서 단식을 해제했다.
병원 측에선 별다른 질환은 발견되지 않아 안정을 취할 것을 권했다. 김 지사는 오는 23일부터 다시 집무에 들어가며 당분간 대외활동은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물과 소금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단식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한 끼만 굶어도 괴로운데, 몇날며칠을 굶는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일 지 상상도 된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단식 결심만으로도 강단을 인정받기도 한다.
반면 단식은 실효성 없이 ‘삭발식’과 함께 정치인들이 반발을 표시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라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로 국익이나 사업 유치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외면한 채 너무 지역민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과학벨트 입지선정에 반발해 단식에 들어간 분들이 여럿 있다고 소식을 들어 안타깝다”면서도 “조금만 더 국익을 생각하고, 조금만 더 정부와 국민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 의원과 김 지사, 이들의 단식투쟁도 소득은 없이 몸만 상한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단식이 책임을 대신 할 수도 없다. 단식농성의 색이 바래는 이유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