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식량지원, 보수-진보 ‘견해차’는?
- 권영세 의원 토론회 주최…필요성 ‘공감’, 시기·방식엔 ‘이견’

▲ 로헬 WEP 北사무소장 참석해 눈길…北 실태 조사결과 발표/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진보와 보수, 대북식량지원을 말하다.”
여의도가 G20국회의장회의로 떠들썩한 가운데 19일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와 같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3월 ‘진보와 보수, 통일을 말하다’에 이어 ‘진보와 보수 대북정책 시리즈’의 두 번째 시간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북지원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국회 정보위원장이기도 한 권 의원은 인사말에서 “‘아우디 알테란 파르템(audi alteram partem)’이라는 법언처럼 상반된 양쪽 모두의 의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균형 있고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자는 취지의 자리”라며 “오늘 토론회가 진보와 보수 간의 완충지대를 마련하고 소통의 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북지원 문제에 대해 일반적으로 진보진영은 ‘인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을 주장하고 있고, 보수진영은 모니터링 시스템의 부재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대립은 반복됐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평양에 있는 클라우디아 본 로헬 WEP(World Food Programme·세계식량계획) 북한사무소장이 참석해 RFSA(Rapid Food Security Assessment·북한 식량안보 실태 긴급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토론회 시작부터 무게추가 대북지원을 재개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사회를 맡은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도 “결과적으로 대북지원에 대한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면서 “문제는 지원의 시기와 방식, 모니터링 시스템의 개선인 것 같다”고 이날 토론회 결과를 정리했다.
로헬 소장은 발제를 통해 “WFP,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국제식량농업기구), UNICEF(United Nations Children's Fund·국제연합아동기금)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11일까지 공동조사한 결과에서 북한은 연평균 100만톤의 쌀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사람들은 매년 식량불안을 겪고 있고 최근 몇 달 간 식량난에 매우 취약해져 있다”며 “농업생산량 감소 등 쇼크로 610만명 취약 인구가 시급히 긴급 식량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WFP의 식량지원 계획에 대해 “식량사정이 가장 불안한 북한 북부 및 동부 지방의 취약 인구에게 최우선적으로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며 “모든 인구를 다 지원할 수 없지만 영양실조에 타격을 입을 계층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의 발육을 돕고 어머니들이 정상체중의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돕겠다”고 설명했다.
로헬 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WFP 북한 식량 실태 조사 결과의 신뢰도 문제를 의식한 듯 “시장과 국영상점은 물론 가정집과 창고까지 유례 없는 접근을 허용 받아 조사하는 등 북한에서 실시한 가장 포괄적인 조사였다”며 “3주간 자료를 수집하고 2주간 분석한 이 보고서는 단순히 상황을 보여주는 ‘스냅샷’이 아니라 WFP의 15년간 노하우와 여러 국가·기관의 경험들이 종합된 집합체”라고 강조했다.
“대북식량지원, 보수에서 나서야” vs “북한인권법 제정도 반대하면서…”
진보진영을 대표해 참석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발제에서 “대북지원과 관련된 논란의 핵심은 한마디로 ‘퍼주기 논란’”이라며 “많이 줘서가 아니라, 분배의 투명성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내면에는 ‘원래부터 북한을 돕고 싶지 않거나 아예 주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퍼주기를 핑계로 안 주지 말고, 퍼주기가 싫으면 잘 주면 된다”면서 “보수에서 북한인권법에 관심 갖던데 식량지원도 보수에서 나서서 떠들어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분배 투명성에 대해 모니터링 수준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완벽한 투명성 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민이 아닌 군부에게만 지원의 혜택이 돌아간다’는 보수진영의 논리에 대해선 “물론 군대로도 가겠지만 전체적인 식량의 파이(규모)가 커진다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어차피 지원이 없더라도 다른 곳을 쥐어짜 결국 군부에게는 일정 부분의 몫이 투입된다는 논리였다.
반면 보수진영을 대표해 발제에 나선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대북식량지원은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차원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 정치적 자원을 엄격히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면서 “구호차원의 긴급 식량지원을 재개할 수는 있으나 이는 한시적·제한적이고 조건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유 교수는 “WFP의 진정성은 인정한다”면서도 각종 자료 제시를 통해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광물 자원을 많이 수출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국가라면 식량부터 산다”면서 “그 부분을 우리가 메워주는 것은 북한의 정권을 우롱하는 모순된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반적인 북한 식량생산량을 측정하기에는 부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작황이 불리하거나 배급, 분배, 유통이 취약한 지역이 조사대상이었기 때문에 전체 상황이 왜곡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북한 당국의 평가에 WFP가 속았다는 것.
김 교수의 ‘북한인권법 발언’에 대해서도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일차적으로 북한 당국에 책임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북한에 대해 식량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극렬 반대하는 측의 논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모순된 행태”라고 맞받아쳤다.
토론자로 참여한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대표도 “대한민국 안보는 인도적 지원으로 지켜지는 것 아니고 대한민국 군인이 지키는 것”이라며 “북한에 ‘식량 줄 테니 천안함 폭침 사건 같은 일을 저지르지 말라’는 말은 말해서도 안 되고 부탁해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쌀보다는 다른 현물 지원 등의 대안을 제시했고, 노옥재 평화재단평화연구원 연구원은 “식량지원을 놓고 진보와 보수가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것”이라며 정부의 시급한 결단을 촉구했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02@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