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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5-17 13: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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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에 ‘핵개발 포기’를 촉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한과 국내 좌파세력이 한 목소리로 이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대변인은 1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도전적 망발’이라고 규정하고 “대화를 하지 않고 우리와 끝까지 엇서려는 흉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기도 했다.

조평통은 또 “그 누구의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 역시 우리를 무장 해제시키고 미국과 함께 북침야망을 실현해보려는 가소로운 망동”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도 “남조선을 세계최대의 핵전쟁 전초기지, 핵 화약고로 만들어놓고 그 위에서 그 무슨 핵수뇌자회의 개최요 뭐요 하고 희떱게 돌아치는 것도 가관”이라며 “역도가 끝까지 대결로 나가려는 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심중히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허황한 미련과 망상에 빠져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자와 마주앉아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또 “우리는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모독하고 우롱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무자비하고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초대’라는 제안을 했는데 서로 차원이 다른 문제를 억지로 결부시키는 논법에는 불순한 기도가 엿보인다”며 “베를린회견의 내용은 카터 전언에 대한 직접적 회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남측은 소극성을 부리며 여전히 그 무엇이 풀려야 만날 수 있다는 식의 조건부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북강경 정책 다시 확인하는 ‘역(逆)베를린선언’ 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국내 좌파 정당들의 입장도 놀라울 정도로 북한과 유사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대를 했지만 역시 변한 것은 없고 대북강경 정책을 다시 확인하는 ‘역(逆)베를린선언’을 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분단국가에서 마지막까지 통일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될까 두렵다”고 비난했다.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인 ‘비핵화’까지도 대북강경책이라며 몰아세운 것이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핵 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한다는 얘기는 여우에게 호리병을 내놓고 두루미에게 접시를 내놓는 격”이라고 폄하한 후 “대통령이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 할수록 평화는 멀어져 간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베를린까지 가서 전혀 현실적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제안을 내놓았다”며 “대통령이 혼자 이런 제안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상황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극좌성향의 민주노동당 논평은 더 충격적이었다. 우위영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북한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진정성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이 재삼 확인됐고, 실패한 통독의 상징인 베를린에까지 가서 그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참고로 독일 통일을 ‘실패한 사례’라며 비난한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과 유사한 코리아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우 대변인은 또 “작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처음 개최된 소위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전쟁 위험제거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를 쓰고 있지만 그 실상은 핵개발 잠재력을 가졌거나 핵물질을 보유한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관리강화와 협박용이며, 결국 미국의 핵패권주의를 강화하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 대변인은 "내년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이명박 정부가 서울에 유치하게 된 배경도, 북한을 압박해 무장해제를 협박하자는 것 외에 어떤 이유도 없다“며 ”핵안보정상회의 서울 개최 그 자체로 북한에 상당한 위기의식과 압박감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자신을 무장 해제시키려는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는 어이없는 제안”이라며 북한 대변인과도 유사한 발언을 한 뒤 “실현 불가능한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 아니라 대화상대에 칼을 들이미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도 논평에서 “제안의 진정성도 전혀 보이지 않고 북한과 사전 협의도 전혀 없는 일방적 제안은 이른바 ‘낚시’에 불과하다”며 “강한 채찍과 상한 당근 전략”이라고 질타했다.

-외통부 “북한 거절, 실망스럽다”

한편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거절이 공식적인 입장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북측이 우리의 제의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태도변화를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날 “북한에게 비핵화 의지와 남북관계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이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뉴스파인더 김주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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