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대위, 시작부터 '삐걱'
- 권한-구성원 두고 설왕설래.. 11일 의총 열기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비대위는 4.27재보선 참패 이후 최고 지도부 총사퇴에 따라 정의화 위원장을 포함한 13명으로 구성, 다음 전당대회까지 지도부 역할을 하려 했다. 그러나 비대위 인적구성과 권한 문제로 9일 오전 첫 회의부터 무산됐다.
정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소집해 비대위 활동과 관련한 논의를 하려 했으나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과 일부 비대위원이 불참 의사를 밝혀오면서 무산됐다.
소장파 의원들 주장의 핵심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뽑은 비대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원장을 포함한 총 13명의 비대위원 가운데 친이계가 7명이나 되는 것도 문제 삼았다. 따라서 비대위가 당 전체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구성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지지로 당선된 황 원내대표에 힘을 싣고, 소장파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거나 비대위원에 대거 포함시키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전날 초.재선 중심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남경필 의원 등 핵심 맴버들은 모임을 갖고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가 중심이 되어 의원총회를 열고, 여기서 비대위 구성을 논의하고 추인해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11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원에 대한 재신임을 묻고 필요할 경우 교체할 수도 있다는 얘기여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대표 역할을 비대위원장이 할 것인지 원내대표가 맡을 것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당초 비대위원장이 다음 전당대회까지 자연스레 대표대행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들은 대표가 당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그 직을 대신 수행한다는 당헌을 들어 황 원내대표가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당헌상 원내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반면 정 위원장 측과 비대위를 인선한 전임 지도부에서는 비대위원장이 대표를 대신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정 위원장이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투톱체제로 가기로 이미 얘기가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서 양측 주장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비대위가 구성됐을 땐 비대위가 최고지도부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이번 문제는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위원 당사자들과 주변의 충분한 동의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