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1-05-09 09:14:08
기사수정
‘보온병’, ‘자연산’ 발언 등 각종 설화 파문으로 임기 내내 바람 잘 날 없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물러나는 자리에서 까지도 ‘입’이 문제였다.

안 대표는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퇴임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난데 없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마당에 당 대표로서 자신에 대한 반성과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께도 한 말씀 드린다”고 운을 뗀 그는 “대통령께서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큰 공적이라고 본다”며 “월급도 한 푼 받지 않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대통령은 역사상 한 분도 안 계신다. 그런 부분에서 (이 대통령이) 훌륭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민과의 소통, 국민 설득이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건의를 계속해왔지만 국민 소통과 설득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주실 것을 퇴임하면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정부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안 대표는 “문제는 정부의 정무적 기능이 너무나 약하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지난해 연말 예산 다루는 것을 봤겠지만, 정말 민심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정부가 고집만 부리면서 당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앞으로 크게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와 당이 물밑으로 치열하게 의견을 조율해왔다.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한 적이 없고, 청와대가 하자고 한다 해서 그대로 한 적도 없다”며 ‘청와대 거수기’ 논란을 일축했다.

특히 안 대표는 ‘재임 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도 “작년 말 (예산안 처리 당시) 정부에 대해 정말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민심의 현장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정부에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했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템플스테이 예산을 깎아버렸다. 또 동서고속철, 보육예산 등 한나라당이 민심의 소리를 듣고 요구한 것까지 깎아버리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소회했다.

한 마디로 본인은 다 잘했는데 정부 때문에 모든 것이 어려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정부가 정신 차리고 당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길 바란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정부의 독주로 끝나 한나라당은 다음 선거에서 또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는 애당심(?)을 선보였다.

4·27 재보선 패배도 ‘정부 탓’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와 함께 사퇴한 안 대표는 선거책임 마저 정부 측으로 돌렸다.

안 대표는 “우리 당은 힘들게 잘 싸웠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한 여러 조치들이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해 선거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서민경제가 제대로 회복이 안 된 점, 전세란·물가고·청년실업 등 굉장히 좋지 않은 선거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거 도중에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불법 전화부대 사건’이 터졌고 저축은행·국민건강보험 사건이 터졌다”면서 “우리는 여기서 무너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 어쩔 수 없이 ‘올인’한 강원 지역 패배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선거 막판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황급히 분당에도 대규모 지원에 나섰지만, 결국 본인의 유세를 거절하고 ‘나홀로 선거’를 벌인 경남 김해의 김태호 후보자만 승리했다.

또 임기 동안 다른 최고의원들의 ‘태클’에 시달렸던 그는 당의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며 “우리가 집단 지도체제라서 내가 대표지만 9인 중 1명이고, 9인이 모두 권한 갖고 있어 소신대로 일할 수 없는 경우 많았다”고 전했다.

반면 자신의 성과는 적극적으로 PR(홍보)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7·28과 10·27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며 “야당은 마음껏 정부를 비판할 수 있으니 재보선에서 여당이 이기기 힘들었는데도 두 번의 재보선에서 압승한 것은 최근 10여 년 동안의 여당 역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주선해 당의 화합과 안정을 도모했다”면서 “당을 젊고 활기차게 하기 위해 2030 본부, 디지털 본부, 디지털 방송국 등을 만들었고, 쇄신과 변화를 위해 큰 길로 매진해 왔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새로운 지도부가 당을 환골탈태시켜서 국민의 마음, 젊은 세대 마음을 살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나는 이제 평의원으로 돌아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나라당이 젊고 매력적인 정당, 국민과 호흡하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 본 한 당직자는 “조용히 물러나시는 것이 좋은 모양새였다”면서 “진작에 저런 쓴소리를 임기 내에는 왜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한편, 9일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에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선임돼 7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게 됐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02@newsfinder.co.kr)>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rldnews.or.kr/news/view.php?idx=1093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