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총장 사퇴 압박하는 친노좌파 매체, 노무현 이어 카이스트도 ‘관장사’ 나서나
- 누군가 사망했다 하면 무조건 이명박 정부 탓?
잇단 카이스트 학생 자살 사건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자 친노좌파 언론이 이를 빌미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15일 ‘카이스트 혁신위, 학생들의 죽음 헛되이 말아야’라는 사설을 통해 학교, 교수, 학생의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해 잇단 자살사태로 불거진 학내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비상위원회(혁신위)를 향해 “경쟁지상주의 시스템을 극복하고 새로운 카이스트의 모델을 세우는 작업은 이제 혁신위가 감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사설은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혁신위는 다음 몇 가지 논점에 대해 입장을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학교 서열이냐 교육·연구의 질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라며 “서 총장은 서열을 강조한 나머지 학교의 외형 확장에 전념했다. 전 과목 영어강의 같은, 연구와 교육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비정상적 제도 도입도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둘째,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실험·도전정신을 키울 것인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재주만 기를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전액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학생들의 열정과 헌신을 기대한 것이지, 이들 개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14일 ‘서남표 총장의 용퇴 결단 필요한 시점이다’라는 사설을 통해 서 총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학사운영 개선안이 철회된 점을 들며 “그의 사퇴에 부정적인 견해들은 학생들의 자살이 그의 전적 책임이 아니며, 퇴진이 문제 해결책이 아니란 주장을 펴고 있다.
주로 ‘서남표식 개혁’에 대해 칭찬을 쏟아내던 몇 신문들이 내놓는 논리다. 그러면서 경쟁기반의 교육, 세계일류대학의 꿈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교묘한 논점 이탈”이라며 “그 누구도 그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수월성 교육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서 총장이 제자들의 죽음에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해결책 모색의 출발점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모두 경쟁논리를 강조한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카이스트 학생 자살 사건의 주요 원인이며 서 총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카이스트 사건, 청년 자살 급증현상 차원에서 이해돼야
그러나 위 두 사설이야 말로 서남표 총장 개혁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없이 정치선동에 치우친 경향이 강하다. 특히 서남표식 개혁을 선택하면 ‘학교 서열’만 강조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재주만 기르는 것이고, 이를 버리면 ‘교육?연구의 질’을 선택하고 열정과 실험.도전정신을 키우는 것이라는 식의 극단적 이분법은 본질과 동떨어진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또한 학생 자살의 책임을 묻는 서 총장의 사퇴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 아님에도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주장은 사설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선 카이스트 학생과 교수의 자살 사건이 경쟁을 강화한 서남표식 개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자살한 4명의 학생 중 2명은 학점이 3.0을 넘어 차등수업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었고, 또 다른 한명은 학점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고급과정 과목에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해 우울해 하는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자살한 카이스트 교수는 업무 과중이나 연구와 교수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닌 연구비 전용이 감사에서 지적돼 고민해오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카이스트 자살 사태는 최근 늘고 있는 자살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의 일부분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객관적 분석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카이스트 사태를 심층보도한 과학전문지 ‘대덕넷’도 ‘특별기획 시리즈 ’KAIST 사태,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를 통해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박성익 교수의 “교육 제도는 각 학교마다 지향하는 바와 보는 안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KAIST 학생 평가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평가와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KAIST만의 문제로만 보고 책임론으로 확대해석되고 있다”는 지적을 실었다.
위 기사가 인용보도한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에 들어 자살하는 대학생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1년 195명, 2002년 237명, 2003년 268명에서 2004년에는 172명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07년 232명, 2008년 332명, 2009년 249명으로 연 평균 2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전체 자살 수도 1999년 7056명에서 2009년에는 1만541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표준 인구기준으로 환산한 자살 사망률 역시 28.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대의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40.7%에 이를 정도로 청년 자살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결국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사건은 오히려 통계자료에서 보듯 한국에서 증가하는 자살과 급증하는 청년 자살 현상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는 얘기다.
-최다 자살자 나온 MIT 총장은 8년째 자리 유지
미국 한인포털사이트 유코피아(ukopia.com)는 최근 미국의 사례를 적시하며 한국 언론의 서남표 총장책임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코피아 14일자 기사는 “자살에는 복잡한 사연이 존재한다. 학생 개인이 목숨을 끊는 행위에 총장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일보가 전한 유코피아 기사는 “지난해 3월 초 미국의 아이비리그 명문인 코넬대학에서 KAIST에서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 달 새 4명의 학생이 자살했다. 봄방학을 앞둔 기말시험 때다.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못이긴 학생들이 투신자살한 것”이라며 “하지만 데이비드 총장은 자살과 관련해 의회 소환은커녕 학생·교수진으로부터 퇴진압력도 받지 않았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학사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없었다. 이 대학에선 그 후 2명이 더 자살해 2010년 한 해 동안 6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한 해 자살한 미국 대학생은 1100여 명. 보스턴 글로브가 최근 미국의 12개 명문대학의 자살률을 조사한 결과 MIT는 학생 10만 명을 기준으로 11명, 하버드는 7.4명, 존스홉킨스는 6.9명꼴로 나타났다.
한국 같았으면 미국의 명문대학 총장들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쫓겨났을 것이다. 자살자가 가장 많은 MIT의 수전 하크필드는 8년째 총장을 맡고 있다”면서 “IT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노벨상은커녕 원천기술 하나 제대로 개발 못하는 한국. 자살을 빙자해 대학개혁을 늦추면 ‘과학 한국’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장사’ 재미 붙인 친노좌파 매체, 시도 때도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친노좌파 매체들은 일제히 서남표 총장을 공격하며 카이스트 사태 왜곡에 앞장섰던 걸까. 이는 그간 친노좌파 매체들이 내놓은 기사제목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MB, 공정택만큼 아꼈던 서남표를 어이 하나…’(프레시안), ‘‘MB만 좋아한’ 서남표 총장... 때 놓치지 않기를’(오마이뉴스), ‘‘빈곤한 철학’이 만든 괴물 서남표, 그도 희생양이다!’(프레시안), ‘서남표는 ‘MB표 경쟁교육’ 상징인 까닭에…거취문제 촉각 세운 청와대’(한겨레), ‘서남표 ‘영웅미화’ 그것은 장송곡이었다’(미디어오늘).
친노좌파 매체들은 서남표 총장 책임론을 주장하며 이를 슬쩍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공격으로 연결시키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노무현 관장사’에 이어 카이스트 학생들의 죽음을 또 하나의 ‘관장사’로 이어보겠다는 친노좌파 언론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