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생은 해외에서 일자리 찾아라
- [칼럼]유학 후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와서 취업. 경제적 손실 등 막대
어제 화창한 봄기운을 즐기며 부부동반해서 모두 8명이 참으로 오랜만에 봄나들이를 즐긴 후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분당 율동공원을 나와 '수도 국군병원'으로 들어가는 삼거리 근처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구워먹으며 담소를 즐기다 나중엔 자식들 이야기로 진지한 시간을 보냈다. 나를 제외한 3명은 모두 자식들이 해외에서 공부를 했고 그중 2명은 지금도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
미국의 명문대에서 마지막 박사학위코스를 밟고 있는 친구 아들들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미국의 명문대라면 하버드나 프린스턴 정도나 알고 있는 나하고는 대화 상대가 안 될 만큼 내 친구 둘은 미국의 대학사정에 환하게 밝았다. 어느 대학엔 어느 교수가 무엇으로 유명하고 어느 대학의 아무개 교수는 무슨 책을 출간했는데 내용이 이러이러하더라는 그야말로 듣는 사람 기죽이기에 충분한 방대한 지식과 정보에 나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듣기만 하다 돌아왔다.
요즘은 유능한(?) 아버지가 될려면 늙어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겠다 싶더라. 아버지들의 마음은 아들들이 박사학위를 받고 나면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수를 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록 아무 소리 못하고 듣기만 하다 왔지만 내심으론 좀 걱정도 되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명문대로 소문난 대학엔 한국 학생들이 굉장히 많다는 정도야 익히 알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명문대 박사학위를 달고 국내로 돌아와 국내의 대학이나 대기업에 몰리게 되면 결국 국내파 박사나 인재들은 갈 곳이 없거나 해외파의 부하로 들어가 별 볼 일 없는 위치에서 세월 보내다 멀지 않아 짤리거나 스스로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건 더 설명 안 해도 보이는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자신의 운명을 미리 내다보고 있는 토종 국내파는 학문의 길을 걷는 것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짤릴 염려가 없거나 해외 박사학위가 필요없는 의사, 약사, 판사, 검사, 교사, 공무원 같은 안전한 길로만 몰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여타 이공계나 인문계는 황성옛터 노래소리가 나올 만큼 황량해져버렸다.
상과대학이나 법과대학 역시 청년백수 양성소로 전락해 버렸고......
인도 출신 미국유학생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직장을 구해 일하는데 한국학생들이 미국에서 정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에 정착한 인도 출신 유학생들이 인도로 송금하는 달러로 인도는 별다른 생산시설 없이도 중국에 맞먹는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천문학적인 유학비를 쏟아붓고도 대부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으니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고 학력인플레로 인한 손실은 계산이 안 될 정도로 막대하다.
미국 명문대에서 공부할려면 일년에 대략 1억을 송금해 줘야한다는데 이들이 국내에 돌아와 명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2류 3류 대학출신은 국내에서 거의 백수가 될 가능성이 많고 토종 국내파 박사학위는 헐값이 되고......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바로 국내로 돌아와 일자리 찾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한, 그리고 해외 명문대 출신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지 않는 한 이런 폐단의 악순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십수년전 어느 영화배우 아들이 하버드 우등생이라고 국내에서 난리법석을 떨었을 때 나는 속으로 실소했는데 그 주인공은 지금 한국으로 돌아와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 처한 우리 교육문제를 국내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근본적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지만 한마디 대꾸조차 하는 정치인은 여태 한명도 없었다. 그들 자식들은 일찌감치 미국, 유럽으로 보내놓고서 말이다.
우리 교육현장을 더 이상 황폐화하지 않을려면 교육에 관한 혁명적 발상이 시급히 요구된다.
<프런티어타임스 이태준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