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13만 6천개의 직업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직업 사전에 등록된 직업만 해도 1만 3천개 정도이니, 서로 차이 나는 점이 참 많기도 많은 것이 속세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업은 다르지만 사람들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각각 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런 인간은 각각 종사하는 업종은 다르지만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일하는 태도는
같아 도(道)를 추구하는 것이 좋다는 이업동도 사상을 주장한 이가 있다.
‘이업 동도’직업 철학은 일찍이 16세기에서 17세기에 조선시대 재상을 하고 양명학에도 일가견을 지닌 ‘징비록(懲毖錄)’을 집필한 서애 유성룡의 기록에 잘 나타나 있다.
이(異)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조선시대보다도 21세기인 지금이다. 당시엔 무인문인을 포함한 관료, 농부, 어부, 상인 외에는 직업을 찾기가 쉬운 것은
아니던 시절이 아니던가.
하기야 조선시대에 육의전이라는 시장이 존재해서 물건을 사고 팔던 상인이라는 직업인들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직업이 세분화 되어 있지는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유성용은 이질적인 일에서 밥을 먹고 살더라도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이업 동도의 사상을 설파한 것이 놀랍다.
현대사회에서 자기 이익, 자기 회사의 이익, 자기 나라의 국익만을 보고 달려 가는 현대인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말이 아닐수 없다.
그는 조국이 일본의 침략으로 임진왜란을 겪게 되는 이유와 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의 그 당시의 태도들을 분석해서 나중에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가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 책이 징비록 (懲毖錄))이다. 이순신이 곤경에 처하자 변호를 한 바 있는 서애
유성용이 재상이라는 벼슬을 하지만 그의 벼슬보다 그가 남긴 이 책이 그의 가치를 올리는 중이다.
그는 이 책에서도 여러 직업인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린다.
현대사회에서 직업의 다양성은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이런 시대 물결은 인간의 삶의 패턴의 변화, 인구구조의 개편, 신기술의 진보에기인하는 셈이다.
다른 업종에 종사해도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 소통을 부단히 해가는 것이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유성용의 징비록에 드러난 ‘이업동도’의 직업 정신,
다른 일을 해도 도(道)를 추구하는 마음은 같다는 말의 의미를 한시라도 경시하지 말고 항해를 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13만 6천개의 서로 다른 직업에서 종사하면서 역사를 만들어 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일찍이 초인(超人)철학을 설파하면서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라는 책을 집필한 니체는‘ 직업은 생활의 등뼈’ 라고 말한다.
그렇다 . 생활의 조건을 위해서 우리는 일하지만 같은 도(道)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는 말자.
같은 도를 추구하는 이업종 종사자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말에서 자기 직업만이 우월하다는 인식의 오류를 발견하는 기회를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 nngu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