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제2의 양양공항 사태 막았다
-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암담한 결과초래
정부가 오랜 검토 끝에 지난 30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백지화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사업성 검토를 했지만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13~14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사업비부터 적은 수요와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성 분야 40점 만점 중 밀양은 12.2점, 가덕도는 12.5점을 받는데 그쳤다. 비판여론을 감수하면서 사업을 포기한 결정적 이유다.
백지화 발표 이후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야당은 물론이고 신공항 사업에 따른 수혜자인 영남권 여당 의원들이 당장 발끈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었고, 해당 지역민들의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요구까지 나왔다.
대구가 지역구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까지 가세해 “(신공항은) 제 입장에서도 계속 추진할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들의 비판은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누가 봐도 동남권 신공항은 국익 차원에서 도저히 시행할 수 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과정에 문제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익을 위한 옳은 판단이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양한모 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정부발표 이후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결정은 이 정부가 간만에 잘한 일”이라며 “밀양과 가덕도는 둘 중 어디를 만들어도 김해공항보다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 “현 상황에서는 백지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방공항의 적나라한 현실도 이들 주장을 뒷받침한다.
통일시대에 대비한다면서 3,500억 원을 들여 1997년 착공해 2004년 개항한 양양공항은 개항 후 설계 당시 예측 수요의 1% 안팎에 머물렀다.
2008년 10월에는 대한항공의 양양~김해 노선이 마지막으로 끊어지면서 정규노선 하나 없는 유령공항으로 전락했다. 2009년 기준 적자폭만 78억 원이다. 영국 BBC방송에서 양양공항을 ‘유령공항’이라고 보도했고,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만성적자에 시달린 청주공항의 경우엔 한국공항공사가 아예 민간에 매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공항을 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14개 지방공항 중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 3개를 제외한 11개 공항이 모두 적자다.
적자폭만 한 해 480억 원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의 결과물은 이처럼 암담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 간부는 “지역특성상 적자가 나도 운영이 불가피한 공항이 있긴 하지만 수요가 너무 적은 양양이나 무안공항 같은 경우 합리성이 떨어진다”면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관계자도 “지방공항 상당수가 정치권이나 지역정치인, 지방단체장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것 들”이라고 꼬집은 뒤 “무리한 사업추진보다는 경제성, 실효성 담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정치권에 당부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