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와 ‘100만개의 작은 조각들’
- 4001,‘감동’은 없고 ‘폭로’만 ...결말은 불안...
6년 전 미국에서는 범죄와 알코올 및 마약 중독 등 비참한 과거를 기술하고 갱생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제임스 프레이의 자전적 도서 ‘100만개의 작은 조각들’이 화제를 모았다. ‘100만 개의 작은 조각들’은 2005년 10월 오프라 윈프리의 도서 추천 TV 쇼 북클럽에 소개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2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이는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에 이어 그 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됐다. 이듬해인 2006년 1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 1위에 올랐고, 그의 후속작도 역시 베스트셀러로 진입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같은 해 1월8일 미국 한 웹사이트의 추적보도로 책의 내용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수백 만 명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
1986년 자동차 사고를 내 절친한 고교 동창 두 명을 죽게 했다고 비통하게 회고한 것. 1992년 경찰관을 구타하고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 모두 거짓이었다. 결국 ‘100만개의 작은 조각들’은 희대의 베스트셀러 사기극이라는 오명만을 남겼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듯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학력위조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신정아 씨가 22일 자전적 에세이 ‘4001’을 출간하면서 또 다시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씨는 책에서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학교 총장 시절 자신에게 서울대 미술관 관장직에 적임자이며, 교수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이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한번 팔래스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자주 만나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얘기까지 했다”고도 썼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문을 구해왔다는 얘기부터 기자출신 국회의원이 성추행을 했던 사건, 과거 문화일보가 공개한 자신의 누드사진도 합성이라는 내용도 실렸다. 사실이라면 가히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은 사실 확인이 어려워 소모적 논쟁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누드사진 경우처럼 이미 합성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결문까지 나와 거짓임이 분명한 내용도 있다. 그가 2007년 미국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사건으로 실형을 산 전과자라는 점도 그렇고, 당사자들이 모두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여전히 진실이 담보되지 않는다.
‘100만개의 작은 조각들’ 사건과 패턴이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4001’에는 ‘감동’이 없고 ‘폭로’만 있다는 것이다. ‘4001’ 초판 5만부가 벌써 동이 났다고 하니 마케팅 측면에서만 보면 성공이고 베스트셀러감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불안한 이유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