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이념·사상 아니라 생존과 주권 문제”
- 송영선 의원, 국회서 ‘한반도 핵보유’ 정책간담회 개최,‘학계 vs 우파진…

▲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우파진영에서 ‘한반도 핵무장’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 보다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8일 이를 논의하는 정책간담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제 우리도 핵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정몽준·원유철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핵보유 관련 주장이 간헐적으로 제기되고는 있지만, ‘북핵 폐기 촉구’가 아닌 우리 자체의 ‘핵무장’을 주제로 국회에서 정식적인 간담회나 토론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학계 전문가 두 명과 우파논객 두 명이 각각 주제발표 뒤, 자유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소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간담회 타이틀처럼 ‘한반도 핵보유’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갔다.
송 의원은 토론 도중, “대정부질문에서 자위권 얘기를 했더니 미친 사람 취급을 했다”면서 “정치자금법이나 공천 개혁이 주제였으면 여기는 미어터졌을 것”이라고 정치권과 언론, 국민들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양 측은 스텔스 전투기와 미사일 도입의 가격대비 실효성을 두고 언성이 높아질 정도로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갔지만, 반대로 그만큼 학계와 우파 시민사회와의 ‘거리감’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학계는 현실적으로 자체 핵보유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북한의 핵사용은 미국의 핵우산으로 억제된다는 점을 전제로 차선책을 제시했다. 이처럼 문제를 보는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핵우산 자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우파진영의 주장과는 애초에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핵무장은 검토 정도가 아니라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실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칼럼니스트 이방주 씨의 발제를 들은 김태우 전 국방선진화추진위원이 “이방주 선생님 말씀은 가슴으로는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몰라서 안 하는게 아니라 핵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대목이 이날의 분위기를 함축했다.
=학계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 vs 우파 “더 이상 핵우산 못 믿어”
주제발표에 나선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핵보유에 대해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여론의 지지도 높은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는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전 위원은 중국의 태도와 관련, “한국이 중국의 변방에 불과하다는 역사적 편견과 한국에 비해 월등히 앞선 중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핵무장이 중국의 안보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면서 “설혹 한국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감히 중국에 대해서 핵위협을 하거나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중국 지도부 내에서 우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체 핵보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그는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핵주권을 행사하는 길은 핵무장이 아니라 정부 혹은 국회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법적, 실질적 효력이 상실됐음을 공식 확인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 위원은 “북한은 이 선언을 체결하기 전부터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진행하면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철저하게 기만했다”면서 “이 선언은 체결 당시 이미 효력을 상실한 ‘사생아’와 같은 불행한 문건이자, 종이에 잉크도 마르 전에 이미 휴지조각이 된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또 “비핵화 공동선언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퍼주고 끌려 다닌’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런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태우 전 국방선진화추진위원은 “한국의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핵무장이 아무리 이론적 정당성을 가진다 하더라도 미국이 비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에 비춰 본다면 이득보다는 더 큰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지금까지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의 교류협력을 확대해 온 한국 원자력산업 역시 논리적 궁지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우파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을 ‘충정은 이해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반입론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 국민의 고뇌와 좌절감이 투영돼 있어, 이를 두고 일부 진보세력이 ‘무분별한 주장’으로 일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핵보유 찬성론자들 역시 현실성 문제를 모르고 있지 않고, 이들의 주장은 어떻게든 북핵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국가생존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칼럼니스트 이방주 씨는 주제발표에서 “김정일 정권의 생명줄을 쥔 중국이 강력하게 김정일을 압박했다면 북한은 핵무장을 추진하기조차 어려웠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를 움직이지 못한 미국의 외교력에도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이 한국의 핵보유를 계속 반대한다면, 한국을 얕잡아 보고 한국에 재래식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의심을 심어줄 것”이라며 한미 동맹 관계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씨는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진일보 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이상한 것은 핵무기의 인질이 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바로 우리의 국민적 움직임이 별로 없다”면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전원책 변호사는 “이제 북핵에 대한 정책은 전환기를 맞아 미국의 핵우산을 믿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미국의 핵우산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피폭 자체를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핵확장억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파논객으로도 유명한 그는 핵주권과 핵자위권을 명분으로 각각 핵을 개발한 인도와 파키스탄을 롤모델로 제시하며, “미국도 핵자위권을 명시한 유엔 헌장 51조를 이라크 전쟁으로 깼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국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지만 미국은 전술핵을 배치하더라도 과거 서독에게 그랬던 것처럼 관리권한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북핵의 명분만 줄 뿐”이라며 “우리가 할 일은 북한이 무슨 짓을 해도 핵개발에 나서지 못한다는 확신을 여지없이 부숴버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변호사는 “대한민국 핵개발이, 핵개발을 못한다는 전제가 안 깨지면 중국은 움직이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부결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결의안을 내고, 내년 총선 국회의원 자격 심사에 안보 관련 문항을 넣어달라”고 촉구했다.
-‘3축 체제’ 구축안 놓고 갑론을박…송 의원 “국방비 대폭 인상해야”
이날 간담회의 최대 쟁점은 김 위원이 제안한 ‘3축 체제’ 구축안이었다. 김 위원은 “육·해·공에 보복대응용 재래식 무기를 분산 배치하는 등 능동적 억제전략을 펴야 한다”면서 현실적인 최선의 방안으로 스텔스 전투기의 조속한 도입을 주장해 논쟁의 중심에 섰다.

▲ 주제발표 및 토론자로 참여한 전원책 변호사, 칼럼니스트 이방주씨, 김태우 전 국방선진화추진위원,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 왼쪽부터)
전 변호사는 “통일 비용 생각 할 때가 아니고 스텔스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특전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의 특전 병력은 현재 11만~17만여 명에서 장차 20만 명까지 늘린다고 한다”면서 “특전 병력 증강과 함께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럼니스트 이방주 씨도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스텔스기를 무력화시키는 무기가 2년 내에 개발된다고 한다”면서 “스텔스 전투기의 역할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완벽한 수단은 안된다”고 재래식 무기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송 의원 역시 “육군이 앞도적인 현 군 체제에서 3축 체제 불가능 하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현 남북 관계의 악순환을 ‘매 맞은 아내’로 비유한 그는 “매번 남편한테 얻어터지면서 (핵보유) 말도 안하면 맞아 죽어도 싼 것 아니냐”면서 “우리 모두 절박한 심정을 갖고 현재 2.9%의 국방비를 6~7년 동안 6~7%를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간담회를 주최한 송 의원은 앞서 인사말에서 “핵보유는 이념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과 주권의 문제”라면서 “동맹국인 미국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북한 핵을 억지할 수 있는 능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6자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끌어 낼 수 있는 장이 못 된다”면서 “미국도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02@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