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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2-06 11: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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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좌담회에서 과학벨트를 백지화 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 한나라당,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고민

한나라당은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고민하고 있다.

‘과학벨트’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청와대 모 비서관이 대덕특구에서 가진 특강에서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정두언 최고위원은 지난달 19일 해당 비서관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 최고위원은 과학벨트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지난해부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기회를 엿봤다는 후문이다.

대전 출신인 박성효 최고위원을 비롯해 강창희 대전 중구 당협위원장과 대전, 충남, 충북 당협위원장 16명은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대전시당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위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미 충청권이 과학벨트 거점도시로 최적지란 검토결과를 발표한 만큼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유치하기 위해 과학강국의 포석을 마련하고, 21세기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약속이행 없이는 내년 대선과 총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며 “지역의 모든 정당은 과학벨트 입지와 관련해 당리당략에 입각한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영남권의 유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이상득 의원은 과학벨트 유치와 관련해 “정치적 논리로 가서는 안 된다”며 “대구경북이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다면 유치할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유치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이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영남권 유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영남권이 포항 철강, 울산 자동차 등 과학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국가 주력 산업벨트가 형성돼 있어 과학벨트 조성의 최적지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대선공약 등을 통해 이미 충청권에 주기로 약속한 만큼 영남권에 줄 경우 충청권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 차기 총선과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 일각에서는 과학벨트를 충청권과 영남권에 쪼개주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국책사업을 정략적으로 쪼개 효과를 무력화 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여기에 대통령 발언까지 파장을 더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민주당, 호남권과 충청권에서 고민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를 당론으로 내세운 민주당도 내홍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은 충청권 유치가 당론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달 21일 광주광역시에서 가진 정책협의회를 통해 강운태 광주시장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보면 호남권에 유치되는 것이 맞다”며 호남권 유치를 설파했다.

뿐만 아니라 전북 출신인 정세균 최고위원은 “과학벨트에 전북까지 나서서 10여 곳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넘어서 싸움판이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남 출신인 박주선 최고위원도 28일 과학벨트 호남권 유치 설명회에서 “충청권에 유치한다는 개정안도 유효한 당론이 될 수 없다”며 “호남권 유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하는 등 호남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뜻을 밝혔다.

급기야 31일에는 박병석, 변재일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과 과학벨트 호남권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영진 의원은 의원총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부딪히기도 했다.

이들은 ‘형님에게 과학벨트를 빼앗길 수 없다’는 일치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충청권과 호남권 유치를 각각 강조하고 있다.

변재일 의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충청권은 KTX 분기역과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가 분기하고 있어 최상의 지리적 접근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덕R&D특구를 중심으로 집적된 과학기술 R&D역량과 시설을 체계적으로 활용 가능한 최적의 입지”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김영진 의원은 “이공계 연구중심 국립대학으로 대전에 카이스트, 광주에 지스트(광주과기원), 대구에 디지스트(대경과기원)가 위치하고 있다”며 “과학벨트사업을 정치적 고려,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특정지역 한 곳에 시혜물로 줄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내륙 삼각벨트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예향이자 문화수도인 광주, 청정지역인 전남은 ‘미래과학도시’를 세계적 수준으로 크게 융성시킬 충분한 역량과 정주여건을 갖고 있다”며 “당론으로 그 참여기회조차 원천봉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충청북도 도청에서는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시종 충북도지사, 자유선진당 소속 염홍철 대전광역시장 등이 참석한 과학벨트 충청권 추진협의회 발대식이 열리는 등 충청권 유치가 당론인 민주당도 과학벨트로 인한 당내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선진당, 오직 충청권... 고민은 한 가지

대통령의 신년좌담회 이후 가장 반발이 심한 당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이다.

충청권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2007년 대선 당시 대통령 발언에 대한 시사회를 열고 약속대로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건설하라고 촉구해 온 선진당은 대통령의 신년좌담회 직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회창 대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라도 할지라도 충청권 삼각벨트 지역에 와야 한다는 것을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했다”며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강과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신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결코 이 정권의 앞날이 평탄할 수 없다”며 “모든 당력과 모든 힘을 다해서 국민과 뜻을 같이 하면서 이러한 대통령의 배반, 배신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선영 대변인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때 분명히 최고 수준의 과학기업도시를 세종시에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며 “대전.충남.충청을 우주산업의 메카, 과학도시로 만들겠다고 큰 소리 쳤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중앙선관위 대통령 공약집에 나와 있는 한 문장에는 ‘행복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의 BT.IT 산업단지를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의식 있는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입지조건으로 볼 때 200만평 이상의 부지선정에 용이하고 지진대에서 안전한 지역은 세종시 밖에 없다는 말을 바로 중이온가속기 전공을 한 박사가 말했다”며 충청권 유치를 재차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선진당은 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백지화 망언 규탄대회’를 열 예정으로, 과학벨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설 연휴 이후 가중될 전망이다.

<프런티어타임스 최정숙 정치부차장 frontier1@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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